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고라니의 아량

햇꿈둥지 2011. 7. 3. 09:20

 

 

 

 

 

#.

한쪽 프로그램에선

교양이고 법도고 지랄이고 아귀처럼 음식을 넘기며 엄지를 치켜 세운 모습

이 달 안으로 저 음식 먹지 못하면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없음은 물론

대번

영양실조라도 걸릴듯한 분위기,

 

#.

같은 시간대

이쪽 프로그램에선

"살과의 전쟁" "죽기살기 다이어트"의 살벌한 이름을 붙인채

온몸에서 출렁대는 살을 빼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웃기는 세상

웃기는 나라에서 날마다 느끼는

웃기는 혼란함

 

#.

이런 저런 모임의 폼나는 이름 대신

"한배새끼회"라고 원색적인 이름을 붙인 동기 모임이 있다

 

이젠 긴 시간들을 정리해야 할 때,

 

눈 수술을 했다거나

당뇨가 있다거나

혈압이 너무 높아서...젊었던 시절처럼 술잔이 난무하는 요란함 대신

손전화 화면마다 손자 손녀들을 꽃처럼 담아 다녀야 하는 사람들,

그 시간들이 너무 무거워서

내 술잔은 철 없이 바쁘다

 

#.

사실

도시의 이름들은 다분히 정치적인 분류일 뿐

어느 도시든

그렇고 그래서 그게 그거인 풍경과 사람들,

조금 더 삭막해지고

조금 더 치열해 보이는 내 살던 안양의

낯 설어진 거리를 지나며 느낀다

 

#.

무 밭은 아주 아작이 났다

그 속에서 고라니의 아량으로 얻어진 배추 한포기를 씻어 저녘상을 차렸다

 

벌레 먹고

고라니 먹고

그 다음 남은 것이 내 차례

 

비 그치면

죽기 살기 맞짱을 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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