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봄 떠난 자리

햇꿈둥지 2010. 5. 8. 09:19

 

 

 

 

 

 

 

그렇더라도

반갑기 그지 없었다

 

여전히

눈부신 목련 꽃잎이며

밤 하늘 별들을 꿰어 놓은듯한 앵두꽃이며

굳은살 박힌 곳 없이 여린 손바닥 같은 새순들과

겨우내 바람 자락에 휘둘리던

먼 숲에선

조팝꽃 무더기 포말로 밀려와서

꾸역꾸역 이는 봄멀미를 피해

등짝같은 밭뙈기를 파 헤쳐 곱게 앉힌 씨앗이

공손한 생명으로 일어서던 아침을 택해

꽃비되어 누운 꽃잎들

 

천근의 햇볕 아래

봄날은 시름없이 누웠으나

그렇더라도

꽃을 기억하는 밤 조차 푸르를 수 있으려니

 

척박한 갈색 땅이 일구었던

잠시의 기적

그 화려했던 날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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