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더라도
반갑기 그지 없었다
여전히
눈부신 목련 꽃잎이며
밤 하늘 별들을 꿰어 놓은듯한 앵두꽃이며
굳은살 박힌 곳 없이 여린 손바닥 같은 새순들과
겨우내 바람 자락에 휘둘리던
먼 숲에선
조팝꽃 무더기 포말로 밀려와서
꾸역꾸역 이는 봄멀미를 피해
등짝같은 밭뙈기를 파 헤쳐 곱게 앉힌 씨앗이
공손한 생명으로 일어서던 아침을 택해
꽃비되어 누운 꽃잎들
천근의 햇볕 아래
봄날은 시름없이 누웠으나
그렇더라도
꽃을 기억하는 밤 조차 푸르를 수 있으려니
척박한 갈색 땅이 일구었던
잠시의 기적
그 화려했던 날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