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본디 자리

햇꿈둥지 2009. 8. 7. 18:46

 

 

 

 

#.

뒷산 어린나무 두그루를 욕심내어 마당가로 옮긴것이 그러구러 6년여...

낯선 자리거니 제법 둥치를 키워 제 그늘을 거느리고 화사한 꽃도 피우더니

이태전 부터 병반이 생기고 꽃 지기 바쁘게 잎 마르는 증세를 보여 이런 저런 살충제를 뿌려 보는 등 온갖 정성을 기울였음에도 증세는 바람처럼 나아지지 않아서

 

혹시 다른 녀석도 그러한가?  뒷 산을 기웃거려 보니

스스로 산 중에 자리 잡아 자란 녀석들은 푸르고 싱싱한 모습으로 의젓도 하다

 

잘못 했구나

 

억지에 억지를 부려 자리를 옮겨 놓고는 병증을 해결해 보겠노라고 살충제를 퍼 부어 댔으니 소슬 바람에 건들 거리며 이웃 나무들과 수런대던 그 본성이 얼마나 고달펐으랴...

 

본디의 품을 떠나 사람 북적이는 대처로 떠난 내 아이들

그 아이들도 시들어 가고 있을까?

 

#.

남산 터널을 지나고

종로를 지나고

다시 광화문을 지나면서 부터

아내는 옛날 단발머리 시절 손잡고 걷던 길들에 대한 회상에 젖어 있겠건만

서울...

촌놈인 나는 오금부터 저려 든다

 

#.

이상한 일이다

 

매미가 울지 않는다는 것

아니다

울지 않음이 아니라 매미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수상한 시절

이상한 환경...

 

서울 거리에서는 발악을 하고 있더구만...

 

#.

매미 대신인지

말벌들이 추녀 끝에 집을 짓고는 날마다 북적이기 시작했고

그 수선스러움은 짐짓 공포감으로 닥아서기 시작했다

 

공존도

공생도 어렵다는 판단,

 

필살기를 강구 중...

 

#.

말복 앞에

가을이 문 열고 있었다

 

무성했던 초록이 시름 시름 앓기 시작하는 날 부터

노을은 더욱 붉어질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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