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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어린나무 두그루를 욕심내어 마당가로 옮긴것이 그러구러 6년여...
낯선 자리거니 제법 둥치를 키워 제 그늘을 거느리고 화사한 꽃도 피우더니
이태전 부터 병반이 생기고 꽃 지기 바쁘게 잎 마르는 증세를 보여 이런 저런 살충제를 뿌려 보는 등 온갖 정성을 기울였음에도 증세는 바람처럼 나아지지 않아서
혹시 다른 녀석도 그러한가? 뒷 산을 기웃거려 보니
스스로 산 중에 자리 잡아 자란 녀석들은 푸르고 싱싱한 모습으로 의젓도 하다
잘못 했구나
억지에 억지를 부려 자리를 옮겨 놓고는 병증을 해결해 보겠노라고 살충제를 퍼 부어 댔으니 소슬 바람에 건들 거리며 이웃 나무들과 수런대던 그 본성이 얼마나 고달펐으랴...
본디의 품을 떠나 사람 북적이는 대처로 떠난 내 아이들
그 아이들도 시들어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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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터널을 지나고
종로를 지나고
다시 광화문을 지나면서 부터
아내는 옛날 단발머리 시절 손잡고 걷던 길들에 대한 회상에 젖어 있겠건만
서울...
촌놈인 나는 오금부터 저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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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매미가 울지 않는다는 것
아니다
울지 않음이 아니라 매미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수상한 시절
이상한 환경...
서울 거리에서는 발악을 하고 있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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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대신인지
말벌들이 추녀 끝에 집을 짓고는 날마다 북적이기 시작했고
그 수선스러움은 짐짓 공포감으로 닥아서기 시작했다
공존도
공생도 어렵다는 판단,
필살기를 강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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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 앞에
가을이 문 열고 있었다
무성했던 초록이 시름 시름 앓기 시작하는 날 부터
노을은 더욱 붉어질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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