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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버릇

햇꿈둥지 2008. 11. 8. 05:24

 

 

도대체 어찌 할 방법이 없는 버릇 몇가지가 있다

 

#.

지갑 속에 천원 짜리 부터 만원 짜리 까지 정연하게 넣어 다니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는 하다

그러나

도대체 이 무슨 습성인지

나는 이날 이태껏 주머니에 지갑을 넣어 본 일이 없다

지갑을 가지고 다닐 만큼 돈이 없는 탓도 있으려니와 왜 두툼한 만큼의 돈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를 못하고 있으니 기껏 주머니에 몇푼 담겨 있는 돈들은 몰골 사납게 구겨져 있거나 단위의 구분 없이 이곳 저곳에 쑤셔 박혀 있기 일쑤다

 

지경이 이러함에도

내가 속해 있는 굴레 속 회계부서를 근 오년 넘게 맡아 보긴 했었다

스스로 정리 하기를

개별적 아이러니의 선을 넘어

조국 통일의 걸림돌 노릇 이었으리...

 

#.

차렷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딱딱 하기가 얼어 뒈진 코끼리 다리 껍데기 처럼 느껴지는 대부분의 행사 의식들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왜 차렷 자세로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불러야 한단 말인가?

소프트 엔진이 없는 각자가

그 소프트 엔진이 없음을 애석해 하며 하드 웨어적 치장만 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왜?

표창장 이란 걸 주고 받아야 하는 걸까?

 

밥벌이 틀에 갇혀 지낸 세월이 이십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내겐 번듯한 표창장이 없다

우선은 차렷 경례가 싫고

표창장 안에 누워 있는 단어의 내용처럼 어느 것 하나 부합하지 않는 내 의식과 방식이 괜한 기회를 빌어 강요되는 선회의 우왕좌왕이 견딜 수 없고...

더더구나는

알맹이 없는 방식을 지나치게 미화한 그 내용들을 당연 하다고 인식하게 되는 위선의 당위가 두렵고

 

뭐 대충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도

숱한 표창을 부탁 받던 자리를 맡아 한 동안의 시간을 견뎌 왔었다는

웃기는 사실도 지난 날들 속에 누워 있다

 

#.

판박이 공식이 싫다

 

"귀하는...으로 시작하여 ...지대한 공로가 있음으로..." 짝 짝 짝~으로 매듭되는 건조한 관례

내가 받는 일은 극구 고사 하면서도

표창장을 써 주거나 문안을 만들어 주는 일을 숱하게 해내고 있다

어제

누군가가 누군가와 마주 서 서

차렷 경례 끝에 받아야 한다는 공로패의 내용

 

"First in last out

불꽃 일렁이는 어느 곳이든

제일 먼저 뛰어 들어

가장 늦게 나오리라는 당신은

불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

우리 모두의 가슴 같은 이 패에 담아 

사랑으로 드립니다"

 

가장 늦게라도 제 걸음으로 걸어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 하나

박수 섞어 건네 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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