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바람이 길 있어 다니든가

햇꿈둥지 2009. 1. 4. 07:12

 

 

 

 

산 속 옹색한 터를 비집어 집 한채 어리고는

도대체 마을 분들 보기 별짓이다 싶은 짓 만을 일상으로 삼아 살기를

해 바뀌어 열네번째,,,

 

 

지하수 하나 뚫어 주겠노라고 웬갖 장비를 끌고 들어 왔던 먼곳 친구를 등 떠밀어 돌려 보내고는 뒷 산 골짜기 샘물을 끌어 내리거나

남들 농삿일에 땀 흘리는 시간에 어줍잖은 솜씨로 돌탑 쌓기, 솟대 세우기로 상건달짓 만을 일 삼아 오던 중에

겨울 되기 전에 잊지 말고 했어야 하는 50여미터에 이르는 오름 길 정리의 때를 놓쳐 버렸다

포장을 하지 않은 채

여름이면 질경이가 뒤 덮이고 장마철 마다 빗물이 골져 흐르는 통에 적잖게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인데 윗 밭을 종구씨에게 맡긴 뒤로 트랙터며 트럭,경운기가 드나들며 턱진 부분에서 마다 용을 써 대는 통에 차 바퀴에 쓸려 패이는 정도가 점 점 심해 지더니...

악수는 다시 악수로 이어지는 법,

그 패인 길을 올라와야 하는 주말의 손님들은 움푹 패인 부분을 올라 설 때 마다 늙은 산모 애 낳듯이 아주 생똥 쌀 힘을 더 해 바퀴를 구동하는 바람에

까진 곳 또 까지기

패인 곳 또 파내기...그러다가는 아예 깊은 도랑을 곳곳에 만들어 버려 이젠 너나 할 것 없이 차 오름을 포기해야 할 상태에 겨울이 되었고 땅은 얼어 버렸다

 

바람이 길 있어 다니든가...

 

나는 길 정리를 포기해 버렸고

봄 되거든 하지...정도의 적당한 구실로 안주해 버렸다

어찌 됐거나 나와 내 꼬맹이 차는 그 사납고 험악한 길을 잘도 올라 다니는데 다른 사람들이 운전으로 보다는 마술을 보듯하는 시선에 아랑곳 없이 뻔한 공식 하나,

 

운전면허를 갖고 계신 분들은 충분히 이해 하시겠거니와 면허 취득을 위해 학원 연수 중에는 철저한 공식 적용 뿐 이라...

여기서는 이렇게

저기서는 저렇게...의 공식 하나면 그까짓거 거뜬히 올라 다니겠더라는 스스로의 공식이 만들어진 것 뿐 이다

 

이런 중에 휴일의 하루를 비워 뒷산 나뭇둥치나 져 내려야 겠다... 지게에 매달려 진땀을 빼던 시간에 다섯마리 개들이 뒤집어 질듯 짖어대기에 내려서 보니

바쁜 시간 모처럼 하루의 휴일이 생겼다는 스테파노의 육중한 포크레인이 패이고 언 길을 정리하고 있었다

부르기 전에

청 하기 전에

둘러 보고 알아서 던져 주는 그의 마음씀을 도대체 언제 갚을 수 있을까?

 

잠 든 시간에 양말 넘치도록 선물을 담아 주고

어둔 굴뚝을 통해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산타크로스 처럼

그 길 말꼬롬히 다듬어 놓은 뒤 바람처럼 되 돌아 내려가 버렸다

 

나에게 그는 산타크로스,

그에게 나는 사탄크로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기억들  (0) 2009.01.14
용을 쓴다  (0) 2009.01.13
쌀알 한톨 만큼씩,  (0) 2008.12.31
늦 바람  (0) 2008.12.28
Merry Christmas~  (0) 2008.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