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게
말 하기도 싫고 웃기도 싫고 술도 싫었다
한 일주일 정도 텅빈 나를 끌어 안고 가끔은 바람처럼 더러는 나뭇잎처럼 흔들리다가
잔뜩 구부린 자세로 잠이 들었다가...
도대체 부쩌지가 되지 않는 마음 그대로
영월의 두분을 꼬득여 네비게이션조차 모르는 길을 나섰다
아슬 아슬한 산 중 비포장 길모퉁이를 돌아 청풍의 푸른 물을 만나고
이십년쯤의 빈세월을 건너 월악산 속 친구집을 찾기도 했고
아주 오랜 인연의 매운탕 집 아지매를 만나 늦은 점심에 소줏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가슴 속엔 여전히 눅눅한 바람 뿐,
#.
한낮이면
나뭇잎 사이로 농 익은 초록 바람이 지나 다니고 있어서
감자는 꽃을 피우고
마늘은 산발한 잎들의 너울 거림을 모아 영근 뿌리를 다독이고 있었다
빼곡한 초록 틈새를 비집어
설운 유월의 서른날을 만난다
#.
"주말 휴일을 이용해 하룻밤 야영을 할까?"
좁아 터진 도시의 아파트 방 하나를 비워 등산 장비를 따로 보관해야 했던 병증,
그럭 저럭
치악에 기대어 사는 동안 제법 아물어 가나 보다...했는데
산과 물을 건너는 동안 날 세운 바람의 칼날에 베어
다시 진물을 흘리며 재발하고 말았다
가야지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