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달빛 만찬

햇꿈둥지 2008. 10. 15. 11:02

 

 

#.

오늘로 다섯번의 서리가 내렸고

평일 낮 시간이 여의치 않은 우리는 아침마다 고추밭을 염탐하기 시작했다

붉은 고추 다 거두어 들였음에도

아직 실하게 매달려 있는 푸른 고추들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따서

절여서

겨울건너기 까지 두고 두고 먹으리라는 꿈 하나

주머니 속에 꼬옥 넣어 둔 채...

 

#.

산사나뭇 잎은 단풍 색 들기 전에 일찌감치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하늘 가운데 삐죽한 회초리 몇개로 남았을 뿐인...

그 중 가장 높은가지의 윗쪽까지 더듬어 오른 나팔꽃 덩쿨

꽃도 잎도 줄기 마져도 늘어져 버렸다

 

초록 농염하던 여름의 낙태,

 

#.

열엿새 달빛이 치렁도 하다

 

마당에 숯불 피워 저녘 겸한 술상을 준비하고

우리 가락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는 아내의 노랫 가락 따라

 

"등불을 끄고 자려하니 휘영청 달빛이 밝으오~"

김 태오 시인의 달밤을 불러 화답 하므로써

 

욕심 뿐인

산 아래 사람의 거리를 희롱하던 밤,

 

#.

벽난로 장작 불빛이 따듯도 하다

단발머리 나풀 거리던 그 아이

초로의 아내가 되어 도란 거리는 산 속

 

지붕 위로는

별빛 반

달빛 반의 서리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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