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농사 일기

햇꿈둥지 2009. 4. 6. 08:37

 

 

제법

씨 뿌릴 때를 안다는 것,

이것 만으로도 그럭저럭 농사꾼 모습이 됩니다

여기에 더 해 제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남의 손을 빌려 애 쓰고 민망하기 태반이던 이런저런 농기계들을 제법 잘 관리하고 때 맞추어 쓸 수 있다는 것은 참 대견한 일 입니다

 

아침 동틀 무렵 밭 가운데 모아 두었던 고춧대를 태우고 있는데

밭 위 숲속이 요란 합니다

멧돼지 두놈이 싸우고 있는 모양...조용한 산골 아침에 그 소리들은 괴기스럽기 까지

합니다.  만우절 기념으로 뻥친 얘기를 소문으로 들은 녀석들이 실제 상황을 만들려는 것 일까?

이런저런 농기계들을 끌어 안고 있다고는 해도 어차피 종구씨의 트랙터가 밭의 흙살을 곱게 갈아 준 뒤에나 내 몫의 일이 생기는 셈 입니다

밭갈이를 위해 기계의 시동을 걸듯

사람의 시동을 위해 막걸리 사발을 나눈 뒤에 시작 된다는 걸 어줍잖은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이제 막 피어 난 햇살이 서리를 녹일 시간쯤 정갈하지 않은 마당 귀퉁이를 빌려 마을 소식이 버무려진 얘기들을 듣고...나누고... 

 

고추 이랑 다섯,

감자 이랑 셋...쯤의 일에 먼 곳 분들이 애 쓰셨습니다

지난 가을 심은 마늘이 온통 푸른 싹을 틔운 것 처럼

감자도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을 피워 바람과 하늘과 별빛과 달빛을 모아 옹근 감자를 주렁주렁 매 달 것,

"그 까짓거 얼마나 먹는다고..."의 푸념에도 불구하고 씨 감자를 넣고 다독다독 고운 흙을 덮는 아내의 마음 속에는 나눔을 위한 많은 사람들이 채곡히 덮여 있음을 압니다 

 

마늘 몇 알 이거나

감자 몇 알 이거나

싱싱한 풋고추 한줌 쯤으로도 사랑 표현과 나눔이 가능한

이즈음 바람처럼 아름다운 시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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