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겨울 예감

햇꿈둥지 2011. 10. 24. 14:27

 

 

 

 

 

 

 

 

 

#.

성깔 있는 스님 떠나버린 절간처럼

온 산 불타고

 

#.

가을비 오시고도

안개 깊어서

뒷산 고라니 울음소리 지척인듯,

 

#.

무성의와 게으름을 비 탓이라 하고

건성 건성 심어 놓은 배추묘종이 제법 덩치를 세웠다

 

욕심 부리지 말고

딱 그만큼으로 겨울 준비,

 

#.

유별나게 긴 비를 뿌렸던 여름 탓에

여름 건너 가을 깊을 때 까지 우리 만날 수가 없어서

벼르고 벼르던 끝에 달려 온 아이들

 

무슨 장난이 되었든 너희들 맘대로...

 

#.

음식 중에 고기를 제외 시킨 뒤 부터

바깥 식사라도 할라치면 선택의 동맥경화 증세에 부딪히곤 한다

 

갑자기 유별스럽게...라는 아내의 탓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너무 기름진 바보의 일상을 살아 온 건 아닌지...

 

#.

어릴적 동네 고샅에서의 작은 싸움 끝에 그녀석 덩치에 깔려 입술이라도 터진 날이면

엄마는 그러셨다

 

"그 집 아이처럼 고기를 못 먹여서..." 

 

그러나

촌동네 병원 응급실로 멱살 잡혀 들어 갔다가 살아 나오면서의 혼잣말,

 

엄마가 틀렸습니다

 

#.

바람이 불고

그 바람 끝에 나뭇잎 속절없이 떨어지고

그 위에 가을비 내려서

다시 바람이 일어서고

 

그리하여

겨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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