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과 사람과 그리고 휴일

햇꿈둥지 2008. 11. 24. 14:07

 

 

 

#.

생떼와

한치도 양보 없는 싸움과

그 싸움 끝의 찔끔 눈물과

극성으로 귀결되는 온갖 것에 대한 관심과

예기치 않은

서툰 중의 자신만만한 표현으로 폭소를 유발케 하는 

참 예쁜 두아이가 손님으로 와 주어서

휑 하던 집안에 따듯한 사람의 소요가 일었던 주말

 

그 따듯함은

난로 가득 일렁이는 장작불로가 아닌

가슴 속 곱고도 질긴 인연의 매듭들 이었다

 

덕분에 틈 나는대로

피아노 건반 위에서 고양이 뛰는 소리도 듣고...

 

 

 

 #.

그저 동굴...로 밖에는

아무 감흥도 볼거리도 없는 이곳의 관람료가 왜 3000원 이나 해야 하는건지

이곳을 보기 위해 필수적 일 수 밖에 없는 자기 차의 주차료는 왜 따로 내야 하는건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동굴 어두운 벽에

본디 주인이신 박쥐 한마리 도립안거에 열중 이시다

 

 

#.

아이들과 비운 하루는 휴식으로 보다는

당일 할 일의 밀쳐짐이 되어

늦게 심어 유기(遺棄) 되었다가

또 뒤늦게 베고도 한 동안을 쌓아 놓은 통에

반은 새들이

반은 쥐들이 먹고 남은 들깨를 털었다

 

들깨보다 먼지만 풀썩이는 허깨비 깻단을

철딱서니 없는 두 부부

어설픈 도리깨질로 죄 없는 깻단만 솜이 되도록 뚜드려 패다가

 

 

#.

허깨비 들깨 자루를 끌어 안고

씨앗값과

비료값과

품값 계산에 골몰해 있는 아내 먼 밭고랑에 떨어져 앉아 

 

투입 원가와 수지 계산은 나는 모르는 일이니

농사란 이 맛이지

막걸리 한병

노가리 두마리

그리고

늘어지는 햇살...

 

어쨌든 깨 쏟아지는 살이라...

 

 

 

#.

산새들

산 그늘 늘어지는 때 맞추어 제 집을 찾아 드는 시간

별빛 보다 가로등 빛나는 그들의 번잡한 마을과 집을 찾기 위해 거리는 복잡한데

 

내일 이른 시간부터 참석해야 하는 뭔노무 포럼...

 

산골의 먼지를 털고

다시 정갈한 입성 차림이 되어야 하는 직주의 이격

 

흔들 흔들 등에 얹힌 서말의 깻자루 무게보다

사람의 일상이 훨씬 무거운 거라고

흥얼 흥얼

산 길을 내려 오다가...

 

"마누라 햇살이 참 곱게도 늘어지네

 해 떨어지기 전에 쐬주 한잔 더 했으면 좋겠구만~"

 

안 봐도 안다...

마누라 눈꼬리가 쫙 째져서 서산에 걸리고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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