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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짝 검은 뒷산은 아직도 선잠에 빠져 있는데
새들 먼저 소란한 새벽,
초록 잎새 위로 이슬 흥건하니 가뭄이란 너무 죽는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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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중에
한밤을 건너 거친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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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모임들이 취소 되거나 중단 되었으므로
휴교한 학교의 아이들 처럼
우리도 참 한가로운 날들 속에 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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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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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경리가 뭐이래유?"
마을 할머니 한분이 티비가 연일 내뱉는 이 말을 물으셨으니
도대체 기저질환이란 뭔 소리란 말인가?
쉽게 할 수 있는 말을 가급적 어렵게 하므로써
본질을 피하려는 의도와 이의 뒤에 가만히 엎드려 있는 음흉한 계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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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院이 病源되고도
대책이란 것 또한 의붓자식 손에 들려있는 신주 같으니
부디 각자도생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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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벽력 속에 오신 어젯밤 비를 오래도록 기억 하고자
그늘 아래 앉아 "비의 나그네"를 노래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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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방 바닥에 황톳물 천을 새로이 깔고
정성껏 콩물 입힌 뒤 들기름 마무리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