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오빠 쫓아 다니며 극성 꽤나 떨었을게 분명해~]
밤새 콘도의 창문은
날쎄게 몰려 다니는 바람의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풍랑주의보의 끝자락에서도
여전히 바다는 파도의 등지느러미를 곧추 세우고 있는데
기어이 바다낚시라...
박무에 수줍게 감춰진 울산바위와 설악은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이날껏 땅위에 발바닥 붙이고 살아 온 내 오장육부는 멀미질을 시작,
갯지렁이를 꿰어 바닥 아래의 가재미 유혹을 시작은 했으나
요넘덜 모두 가재미 눈으로 우리의 음모를 노려 보고 있는건지
일인당 삼만원씩 챙겨 받은 선장님의 노심초사에도 불구하고 조황은 말짱 꽝~
늦가을 설악을 불태웠을 크고 작은 나뭇잎들
이제는 파도 사이 작은 고기떼가 되어 출렁 출렁 몰려 다니는 물빛 검은 바다 위에서
그래도 어쨌거나
배를 탔다는 것
그러니 멀미쯤이야 잠시 무시하고
가재미 한점을 안주 삼아 일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꿀꺽 꿀꺽 바닷빛 술잔을 넘기다가
이노무 술
이름하여 一葉片酒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