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달력과 숫자가 바뀌었을 뿐,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
세월보다 서둘러 사람도 떠나고
그 자리
사생아처럼 버려진
이 못된 그리움,
#.
비워진 7월의 기억을
조금 더 성실하게 다듬어 세우고
8월의 새벽 앞에
다시 정중해 지기로 한다.
#.
밭이 산과 연접해 있다 보니
잠깐의 게으름에도 밀림 지경이 된다.
특히
칡넝쿨,
#.
예취기 두어 시간 힘들던 사이
남의 힘든 일, 내 알 바 아니라고
땀 투성이 머리 위에 얹혀 놀던 녀석,
#.
겁 주기용으로 매달린 가짜 눈이
어쩐지 영심이 눈 같기도 하고 ^^
하도 애교스러워서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무성의한 사진 한 장,
#.
0인 이상 집합 금지 때문에
경로당 출입이 봉쇄되었으므로
문간에 달아 놓은 팻말대로
"무더위 쉼터"
#.
텅 빈 건물 안에 사람은 없고
무더위만 쉬고 있었다.
#.
고요한 산골 마을 고샅은
진공,
더운 열 덩어리만 가끔 지나다니고
미동도 하지 않는 정물의 풍경 속에
허공의 잠자리 몇 마리
유일한 동사가 되어 떠다닌다.
#.
늦게 심긴 옥수수가
고른 치열로 익었다
7월의 더운 날들이 비로소 옹골지다.
#.
감자 찌고
옥수수 삶아 그늘에 누웠으니
복중의 안빈낙도,
#.
말복이 있고
입추도 있고
처서가 있으니
벌초는 언제 하겠느냐고
어머니
꿈 길에 채근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