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효석이 있다기에...

햇꿈둥지 2007. 9. 17.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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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휴가를 서울의 거리에서 탕진한 이등병은 귀대하는 날 비로소 콧배기를 보여 주었다

4박 5일 동안 국방비가 아닌 내 카드만 아작 낸 뻔뻔스런 군인은 귀대 무렵 직접 택배(?)해 줄 것을 요구했고 기분은 드러웠지만 아내와 나는 도를 닦는 마음으로 그 요구를 들어 주었다

 

임무를 완수하고 집에 들어 오니

토요일 깊은 밤이 되어 있었다

 

모든 군인들의 휴가 제도가 조속히 없어지길

간절히 기도하며 잠 들었다

 

#.

지난 주에는 부모님 산소를 벌초 했었고

그 결과 양쪽 팔뚝지에 풍기가 생겨 밥 먹기조차 불편 했었는데

매년의 일이지만 오늘 아침엔 집 오름길에 있는 돌보지 않는 산소 하나를 벌초 해 드리기로 했다

잔디 보다는 잡초가 더 많아서

덤불 속에 호롱불 처럼 익어있던 꽈리가 나오기도 하는...

 

기똥 차기도 하지

벌초를 막 끝내고 나니 무거운 회색빛으로 치악 능선에 걸터 앉아 있던 구름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고

이제 겨우 풍기가 가라앉던 양쪽 팔뚝지는 곱하기의 떨림 증세를 보이기 시작해서

 

쐬주 한병을 마시기 위해

쐬줏잔 대신 빨대를 사용해야 했다

 

모든 산소의 잔디를 걷어내고 인조 잔디를 깔았으면 좋겠다

 

#.

이 빗 속에서 할 일이 뭐가 있을까?

몸 뉘인 곳은 비록 산중 이지만 좀 더 거국적으로

북한 6자 회담을 걱정하고

중동의 시리아 사태를 걱정하고

소말리아 난민의 기아를 걱정하고...하다가...

 

그래

달밤에 흐드러진 메밀꽃을 흩뿌려진 소금 같다고 했던

절대로 싱거울 수 없는 짭짤한 효석을 만나러 가자

개떡 같은 네비게이션 말만 듣다가 보도 듣도 못하던 마을,

오도 갈 수도 없는 외통수 길을 헤메다가 겨우 겨우 봉평에 도착하니 효석은 여전히 죽어 자빠져 있고 회색빛 하늘 깊이 등불 같은 애드벌룬 높이 박아 놓고 팔도 먹거리 시장에 팔도 음식 냄새만 요란해서

 

주막 집 주모가 퍼 준 동동주 주전자를 꼭지째 빨며 흔들리다 보니

두드리 장단패의 흥겨운 가락이 빗소리 보다 신명 나더라

 

아쉽기로는 사회자의 목소리...듣다 보니 당분간 비가 더 올 것 같다는 생각...

여자 였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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