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지친다

햇꿈둥지 2009. 9. 14. 08:17

 

 

 

 

 

 

 

#.

이제 밤마다

별빛 담은 시린 이슬 내리고...

 

#.

제사 때 마다 "밤을 치는" 일은 언제나 사촌형의 몫 이었다

그 현란하고 정연한 칼 솜씨며 일정한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밤을 보며 감탄 했었지...

벌초는 이제 예취기를 이용한 년중의례가 되고 말아서 풀을 베는 것이 아닌

밤을 치듯 산소 껍데기 벗기기...정도가 되고 말았다 

 

이런 중에도 눈 돌릴 수 없는 주변에 더러의 *골총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벌초 부양

조상이 되어 버리는 일

부모님 묘소 앞에 한 분

집 오름 길에 한 분...

 

가을 앞날 부터

어깨와 팔 그리고 허리가 일시의 통증을 앓는다

 

#.

그니의 말대로

뚝딱 뚝딱 재단을 끝내고 조립 하려는 때에

"왜 이걸 이렇게 잘랐느냐?"는 번복된 질책에 울컥...터지고 말았다

 

내 나름의 방식을 언제나 자기 틀 안에서 고집하고 밀어 붙이려는 사람...

 

두달 넘도록 휴일 없이 진이 빠진 내 안의 폭발 이었으리라...

 

#.

새들은 날지 않는다

다만,

떨어지지 않으려 할 뿐이다 

 

#.

할머니 세 분

어욱새 더욱새 우거진 산에 드신다

 

"도토리나 주으려구..."

 

한나절이 훌쩍 지나 내려 가시는 봇짐에

동글 오동통 살 오른 도토리 알알이

가을이 담겨 있었다

 

#.

매일 매일 동 동 걸음이다

 

저기 어디쯤

겨울이 몰려 오고 있다는 것,

 

 

 

*골총:돌보지 않는 폐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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