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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밤마다
별빛 담은 시린 이슬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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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때 마다 "밤을 치는" 일은 언제나 사촌형의 몫 이었다
그 현란하고 정연한 칼 솜씨며 일정한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밤을 보며 감탄 했었지...
벌초는 이제 예취기를 이용한 년중의례가 되고 말아서 풀을 베는 것이 아닌
밤을 치듯 산소 껍데기 벗기기...정도가 되고 말았다
이런 중에도 눈 돌릴 수 없는 주변에 더러의 *골총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벌초 부양
조상이 되어 버리는 일
부모님 묘소 앞에 한 분
집 오름 길에 한 분...
가을 앞날 부터
어깨와 팔 그리고 허리가 일시의 통증을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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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의 말대로
뚝딱 뚝딱 재단을 끝내고 조립 하려는 때에
"왜 이걸 이렇게 잘랐느냐?"는 번복된 질책에 울컥...터지고 말았다
내 나름의 방식을 언제나 자기 틀 안에서 고집하고 밀어 붙이려는 사람...
두달 넘도록 휴일 없이 진이 빠진 내 안의 폭발 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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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날지 않는다
다만,
떨어지지 않으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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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세 분
어욱새 더욱새 우거진 산에 드신다
"도토리나 주으려구..."
한나절이 훌쩍 지나 내려 가시는 봇짐에
동글 오동통 살 오른 도토리 알알이
가을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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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동 동 걸음이다
저기 어디쯤
겨울이 몰려 오고 있다는 것,
*골총:돌보지 않는 폐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