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유월 넋두리

햇꿈둥지 2016. 6. 5. 11:59





#.

무슨 실수를 한건지

고춧대가 아주 튼실하고도 잎조차 푸르딩딩 원기왕성하여

10여일 전 부터 곁가지를 떼어 고춧잎 나물을 먹고 있다


#.

그 맛

하도 상큼 신선하여

고추 안 달려도 그만...이라고 초사,


#.

돼지파에 이어 삼동파를 구했다

이집과 저집 이거나 이 마을과 저 마을의 발품 결과,


#.

돼지파는 쪽파와 비슷한 것이

잎이 아주 실하게 길어 파강회로 훌륭하고도 뿌리는 낙교의 재료가 된다 했고

삼동파는 주먹같은 씨를 매다는 대신 잎 끝에 주아(珠芽)를 매달아

그것을 옮겨 심음으로써 번식을 하는 여러해살이 토종파,


#.

허리와 어깨 굽고 온 관절이 시원찮으신 노인들께서

촌동네 계단 많은 성당을 엉금엉금 내려 오시며 한탄 섞어 말씀 하셨다.

"늙으니 하느님 모시기도 힘들다"...고


#.

하느님

신자 정년제가 필요하옵니다


#.

산골살이 20여년

집 입구에 그저 성의표시 정도의 차단봉을 설치했다

불쑥 들이닥치는 낯선이의 방문과

배려없는 자기우선의 방식에 지치기를 여러번,


#.

뻐꾸기 울고

쉰 목소리로 산비둘기 우는 길을 걸어 아침 운동을 마치고나면

망초와 질경이와 씀바귀 같은

가꾸지 않았으나 넘치게 주어지는 먹을것들로 행복했다


#.

산에 들어

자연 속에 탯줄 하나 묶어놓고 매달려 사는 날들,


#.

사람인 내게 의존해 있는 생명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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