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꽃 이름이 뭣인지는 알지 못 하지만
그저 혼자 지은 이름은 엄마 꽃이다
형벌 같은 청상의 세월을 건너
일흔다섯쯤의 연세에 그토록 바람 하시던 영감님 곁으로 가셨고
여전히 물기 가득한 가슴으로 마당을 어지렁거리다 보니
뙤약볕 이글거리는 마당 한켠에
저 꽃
붉게도 피어 있었다
치악에 들어 산지가 한참인 어느 날,
엄마 가슴 한조각을 훔치듯 내 집 뜨락에 옮겨 심은 뒤
여름이면 그니의 품처럼 뜨락 가득이다
이곳 소토골 밭고랑에 다시 옥수수를 심는다는 건
결과가 뻔히 보이는 도전 이거나 쑥맥의 무모함이 될 뿐이다
그러나
이 계절 옥수수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내의 계속되는 낙심에 대한 반전을 위해
심으나 마나 내 입에 들어 갈 것 한개도 없다는 아내의 종지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옥수수를 심었으며
산전 수전 공중전에 이어 감자전이 넘쳐나는 염천에
이를 지키기 위한 두뇌전(?)을 시작했다
마을 어르신들의 고견을 청취한 바,
호랭이 똥을 구해서리 밭가에 걸어 두어라...인데
제기럴 호랑이들이 어디 화장실이 있나? 있은들 그걸 어떻게 구하며
구한다 치더라도 설사똥이 좋은건지 된똥이 좋은건지 알 수도 없고
전기선 휀스며
썪은 돼지머리며
번쩍 번쩍 스스로 빛을내는 기구까지...
몽땅 대웅전에서 주기도문으로 염불 하기라
우선 선택 가능한 방법을 택 하리라,
두뇌전의 원가 절감을 위해 남의 집 창고에 쳐 박혀 있던 꼬물딱지 라디오를 구해서는
날 더운데 전기선 스피커선 늘이느라 용을 쓰는 대신
옥수수밭 바로 아래인 거실 밖에 스피커를 두고는 비닐로 칭칭 마무리를 했는데
고민거리 하나,
영어 방송과 우리말 방송
어떤게 더 약발이 있는걸까?
어쨌거나 저쨌거나
올 여름엔 나뭇 그늘 아래서
노릇 노릇 삶은 옥수수를 큰그릇 가득 담아 놓고
이를 지켜 낸 걸출한 무용담을 늘어 놓을 수 있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