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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
긴 여름 비에 버려진채 늦가을 서리까지 맞은
감자를 캤다
더러는 썩고
더러는 싹이 났음에도 입 벌어지게 쏟아져 나와서
늦은 밤
여기저기 전화질...
서리 맞은 감자니까 국을 끓이면 국물이 엄청 시원 할거야~
#.
장마철 수제비 처럼 날마다 불어 터지던 똥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8일씩 공급되던
기름진 안주와 쐬주가 차단된 날 부터의 변화
허리띠 맬 때 마다
사라진 똥배에 대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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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사였는지
인터넽 나발 이었는지
[도시에서 별을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날]이란 것이 있었다
굳이 날 정할 것 없이도
시린 새볔 마다 어깨 가득 별 쏟아지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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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님께서 살아 난 걸 기념하여
좋은 차를 보내 주셨다
술 한잔 하시겠어요?...를
차 한잔 하시겠어요?...로 바꿔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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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겸 할 수 있는 코딱지만한 선술집,
떠난 사람의 기억 같은 술잔과 끈적한 안주 냄새와 그리고 담배 연기에 버무려진 질펀한 얘기들,
그 모습 하도 폼나 보여서 잠깐 물어 봤다
-저어~ 실례지만 올해 연세가 얼마나 되셨는지요?
-육십 하구두 일곱이 지났소 그건 왜 물어 보시오?
우라질
나 보다두 년식이 더 됐건만 풀 가동에 문제가 없구만
부러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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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속절없이 잎을 떨구는 한밤,
알몸의 달님이 시린 빛을 뿌리고 있어서
콩
콩
콩
개 조차 잠 못 드는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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