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시린 달밤

햇꿈둥지 2011. 11. 2. 10:40

 

 

 

 

 

#.

시월의 마지막 날

긴 여름 비에 버려진채 늦가을 서리까지 맞은

감자를 캤다

 

더러는 썩고

더러는 싹이 났음에도 입 벌어지게 쏟아져 나와서

늦은 밤

여기저기 전화질...

 

서리 맞은 감자니까 국을 끓이면 국물이 엄청 시원 할거야~

 

#.

장마철 수제비 처럼 날마다 불어 터지던 똥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8일씩 공급되던

기름진 안주와 쐬주가 차단된 날 부터의 변화

 

허리띠 맬 때 마다 

사라진 똥배에 대한 그리움

 

#.

신문 기사였는지

인터넽 나발 이었는지

 

[도시에서 별을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날]이란 것이 있었다

 

굳이 날 정할 것 없이도

시린 새볔 마다 어깨 가득 별 쏟아지는구먼...

  

#.

어느 님께서 살아 난 걸 기념하여

좋은 차를 보내 주셨다

 

술 한잔 하시겠어요?...를

차 한잔 하시겠어요?...로 바꿔야 한다는 것, 

 

#.

저녁 식사를 겸 할 수 있는 코딱지만한 선술집,

떠난 사람의 기억 같은 술잔과 끈적한 안주 냄새와 그리고 담배 연기에 버무려진 질펀한 얘기들,

 

그 모습 하도 폼나 보여서 잠깐 물어 봤다

 

-저어~ 실례지만 올해 연세가 얼마나 되셨는지요?

-육십 하구두 일곱이 지났소 그건 왜 물어 보시오? 

 

우라질

나 보다두 년식이 더 됐건만 풀 가동에 문제가 없구만

부러버라~

 

#.

나무들

속절없이 잎을 떨구는 한밤,

 

알몸의 달님이 시린 빛을 뿌리고 있어서

 

개 조차 잠 못 드는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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