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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만에
쌍둥이들이 도착하던 시간,
우리는
도시의 결혼식장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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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한바퀴 둘러 오자고
작정을 하고 나선 길이긴 하지만
서울은 여전히 낯설고
아들 집은 그렇게 또 서먹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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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바리...란 표현이 적절 하도록
밤샘 노력으로 뚝딱 준비한 반찬과
봄 부터 곱디 곱게 자란 소채들이 보따리 가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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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어쩔 수 없는 시골 노부부 상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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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랫동안 몸 담아 살던 도회지 성당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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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지어지는 성당을 위해
이 일 저 일을 떠맡아도 즐거웠던 그곳에서
이제 서른을 훌쩍 넘긴 친구의 아들이 늦장가를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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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 같던 사람들은 새우처럼 등 굽어 가고
푸르고 어렸던 아이들은 장대처럼 자라
장 하고 늠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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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귀가.
품에 안거나 무릎 위에 안아도 좋던 쌍둥이들이
이제 숙녀 티가 날 만큼 훌쩍 자라서
어깨 주무르기에
허리 밟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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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이다 싶은 솜씨의
심청가와
수궁가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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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사습놀이 나가기 전에
아내에겐 한복을
제게는
판소리 부채에 그림과 글씨를 써 달라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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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비싼
관람료 지불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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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난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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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덕분에
산중 한밤이 잠시 소란 했습니다
그 따듯한 번거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