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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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 호사

햇꿈둥지 2018. 6. 10. 10:36






#.

아주 오랫만에

쌍둥이들이 도착하던 시간,

우리는

도시의 결혼식장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

아예 한바퀴 둘러 오자고

작정을 하고 나선 길이긴 하지만

서울은 여전히 낯설고

아들 집은 그렇게 또 서먹 합니다.


#.

바리 바리...란 표현이 적절 하도록

밤샘 노력으로 뚝딱 준비한 반찬과

봄 부터 곱디 곱게 자란 소채들이 보따리 가득 입니다.


#.

그래봤자

어쩔 수 없는 시골 노부부 상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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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랫동안 몸 담아 살던 도회지 성당의 결혼식,


#.

새로이 지어지는 성당을 위해

이 일 저 일을 떠맡아도 즐거웠던 그곳에서

이제 서른을 훌쩍 넘긴 친구의 아들이 늦장가를 갔습니다.


#.

장대 같던 사람들은 새우처럼 등 굽어 가고

푸르고 어렸던 아이들은 장대처럼 자라

장 하고  늠름 합니다


#.

그리고 귀가.

품에 안거나 무릎 위에 안아도 좋던 쌍둥이들이

이제 숙녀 티가 날 만큼 훌쩍 자라서

어깨 주무르기에

허리 밟기에...


#.

제법이다 싶은 솜씨의

심청가와

수궁가를 들었습니다.


#.

전주대사습놀이 나가기 전에

아내에겐 한복을

제게는

판소리 부채에 그림과 글씨를 써 달라는 주문,


#.

제법 비싼

관람료 지불이 남았습니다.


#.

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난 세월,


#.

아이들 덕분에

산중 한밤이 잠시 소란 했습니다


그 따듯한 번거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