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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잎이 제법 너울한 날
고추와
옥수수 심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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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통으로 묵직한 허리를 두드리며
그윽한 눈길로 밭고랑을 둘러 보니
심겨진 작물 서너곱 쯤의 기세로
풀들이 치솟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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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다리 총각 처녀 늦바람이 나더니
집을 구하네
날을 잡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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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아이가 태어나서 돌이 가까워질 무렵
얘는 왜 이리 걷는게 늦냐...며 한걱정을 하다가
훌쩍 자란 아이가 뛰기를 시작하면
얘는 왜 이리 들뛰냐...고 핀잔을 했던 것 처럼
장가는 언제갈거냐?...고 비수 같은 말들을 퍼 붓다가
막상 날 잡아 허둥대는 모습을 보면서는
남 다 하는 일 왜 이리 서두르냐고 핀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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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을 닦아 보면
먼지보다 더 많은 노오란 송화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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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둘레 풀단속을 한다고 한아름 엉겅퀴로 효소를 담고
제멋대로의 모양새를 다듬어 주겠노라고
뜰앞의 소나무 머릿채를 몽땅 쥐어 뜯어서는
항아리 가득 효소를 담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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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를 걸러낸 뒤면 송순주가 되어
노을빛 가을날들을 거나하게 밝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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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도 어깨 결릴 만큼 이거늘
자꾸만의 가욋일에 혀 빼어문 채
오월도 어느새 열여드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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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기로 시작한 블로그 일에 자꾸 게을러진다
블로그 권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