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블태기?

햇꿈둥지 2017. 5. 18. 10:20





#.

감자잎이 제법 너울한 날

고추와

옥수수 심기를 마쳤다


#.

둔통으로 묵직한 허리를 두드리며

그윽한 눈길로 밭고랑을 둘러 보니

심겨진 작물 서너곱 쯤의 기세로

풀들이 치솟고 있었다.


#.

늙다리 총각 처녀 늦바람이 나더니

집을 구하네

날을 잡네


#.

이런거...


아이가 태어나서 돌이 가까워질 무렵

얘는 왜 이리 걷는게 늦냐...며 한걱정을 하다가

훌쩍 자란 아이가 뛰기를 시작하면

얘는 왜 이리 들뛰냐...고 핀잔을 했던 것 처럼


장가는 언제갈거냐?...고 비수 같은 말들을 퍼 붓다가

막상 날 잡아 허둥대는 모습을 보면서는

남 다 하는 일 왜 이리 서두르냐고 핀잔,


#.

집안을 닦아 보면

먼지보다 더 많은 노오란 송화가루


#.

집 둘레 풀단속을 한다고 한아름 엉겅퀴로 효소를 담고

제멋대로의 모양새를 다듬어 주겠노라고

뜰앞의 소나무 머릿채를 몽땅 쥐어 뜯어서는

항아리 가득 효소를 담궜다.


#.

효소를 걸러낸 뒤면 송순주가 되어

노을빛 가을날들을 거나하게 밝힐 것,


#.

농사일도 어깨 결릴 만큼 이거늘

자꾸만의 가욋일에 혀 빼어문 채

오월도 어느새 열여드렛날,


#.

일상잡기로 시작한 블로그 일에 자꾸 게을러진다

블로그 권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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