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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이슬로 내린 별들이
제 모양 담아 꽃잎으로 환생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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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꼴이네"
함부로 해 낼 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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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죄 없는 머리채를 쥐어 뜯기던 부추가
이제 더는 못 참겠다고
우쭐 까치발을 하여
송골송골 꽃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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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위 작은 밭에
더운 날 고군분투하여 늦 옥수수 200개쯤을 공들여 키웠더니
익어 거둘 때 쯤
침 흘려가며 염탐하는 눈길이 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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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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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배추밭 풀을 뽑다가
모처럼의 햇볕을 즐기던 뱀에 놀라
일 년 치 딸꾹질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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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언저리에서
도시의 복작거림으로 늙다가 삭아버린 형님이
이제
거친 세상의 안식처를 찾다가 찾다가
하필이면 재 넘어의 쪼끄만 도시로 옮겨 살겠노라고
현지답사차 오셨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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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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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께서 우리 형제를
재료의 변화 없이
그 틀에 그 틀로 빚어 놓으신 탓에
그저 봐도 둘 중에 하나가 짝퉁이 분명해 보이는데
적지 않은 이들의 시각적 헛깔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냥
떨어져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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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공하오나
조상님 영전에 삼가 여쭈어 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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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핑계하여
올부터는
벌초와 차례를 현지 생방으로 묶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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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잔은 따라 올릴 수 있겠고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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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골아이 서울 여행 가듯
흰머리 성성한 아내가 설레임으로 기다리던
즈이덜끼리 동해안 여행을 떠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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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비 오시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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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