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별 꼴이네,

햇꿈둥지 2021. 8. 29. 06:13

 

 

#.

밤새 이슬로 내린 별들이

제 모양 담아 꽃잎으로 환생한 아침,

 

#.

"별 꼴이네"

함부로 해 낼 말 아니다.

 

#.

여름내

죄 없는 머리채를 쥐어 뜯기던 부추가

이제 더는 못 참겠다고

우쭐 까치발을 하여

송골송골 꽃 피웠다.

 

#.

집 위 작은 밭에

더운 날 고군분투하여 늦 옥수수 200개쯤을 공들여 키웠더니

익어 거둘 때 쯤 

침 흘려가며 염탐하는 눈길이 열 넘어...

 

#.

위험하다.

 

#.

김장 배추밭 풀을 뽑다가

모처럼의 햇볕을 즐기던 뱀에 놀라

일 년 치 딸꾹질을 쏟아냈다.

 

#.

서울 언저리에서

도시의 복작거림으로 늙다가 삭아버린 형님이

이제

거친 세상의 안식처를 찾다가 찾다가

하필이면 재 넘어의 쪼끄만 도시로 옮겨 살겠노라고

현지답사차 오셨다는 거다

 

#.

큰일 났다.

 

#.

아버지 어머니께서 우리 형제를 

재료의 변화 없이 

그 틀에 그 틀로 빚어 놓으신 탓에

그저 봐도 둘 중에 하나가 짝퉁이 분명해 보이는데

적지 않은 이들의 시각적 헛깔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냥

떨어져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

황공하오나

조상님 영전에 삼가 여쭈어 보십시다.

 

#.

코로나를 핑계하여

올부터는

벌초와 차례를 현지 생방으로 묶어하기로 했다.

 

#.

어쨌든

잔은 따라 올릴 수 있겠고녀~

 

#.

오늘은

시골아이 서울 여행 가듯

흰머리 성성한 아내가 설레임으로 기다리던

즈이덜끼리 동해안 여행을 떠나는 날,

 

#.

비 오시네 그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 산꼬댕이  (0) 2021.09.06
8월의 마지막 바람,  (0) 2021.08.31
비일하우스  (0) 2021.08.21
몰더바래,  (0) 2021.08.16
8월의 새벽,  (0) 202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