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통신원 으로 소문 난 박씨 영감님 아주머니께서 다래끼 옆에 끼고 올라 오셨다
뒷산에 듬성하게 자라있는 구찌뽕 오디를 따시겠노라 오르시는 길을 그예 가로막아 지난 봄 연한 쑥 버무려 만든 절편을 새로 굽고 수박 몇쪽을 썰어 내어 놓았더니 저 아래 한솔 아부지는 잘 다니던 우체국에서 이제 그만 퇴직을 하라 해서 월말이면 들어 앉게 생겼으며 윗골 종국 아버이두 철도청을 그만 두고 이제 고마 시골집으로 들어 온다 하니 이래 저래 마을 사람 두엇이 늘어 나는 건 둘째치고 노다지 치악 등짝을 바라보며 꿀 파먹은 까마귀 눈길로 지낼터라...
그러다가 문득 하시는 말씀이
"도대체 이노무 나라는 대통량이 몇 이래유?
뭔바기
뭔바기
뭔바기...하는데 그게 몽땅 대통량 이래유?"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막막한 마음으로
더듬 더듬 불 붙여드린 담배 한대를 받아 드는 손에 손가락이 세개 뿐이다
멀쩡하게 있던 것이 없어져도 그저 그만이거니 질박하게 사는 삶인데
저 아래 세상의 공식은 너무 많고
너무 복잡해서...
에라 썅~
"아줌니 담배 맛이 워떻대유?"
홍시 같은 햇님
서산 능선에 걸터 앉아 각혈을 하시는지
하늘이 온통 벌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