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기억들...

햇꿈둥지 2008. 7. 30. 09:14

 

 

#.

손가락 등의 콩 만한 것 하나를 떼어내기 위한 수술 전 검사가 벌써 다섯번째

엑스레이 촬영

초음파 검사

혈액 채취

 

무우 배추가 충분히 절은 뒤에 김치를 담그는 것 처럼

나를 충분히 절여서 스스로 환자가 되도록 한 뒤에야 비로소 수술을 하자는 걸까?

 

#.

밥 두끼를 굶고

신새벽 원주에서 분당까지 달려 갔으니

말 할 기운도 움직일 힘도 없다

겨우 검사를 끝낸 시간이 오후 세시경

뱃속은 마비가 된 건지 배고픔 조차 느낄 수 없는데

돼지 족탕

순대국

칼국수

소머리 국밥

콩나물 해장국

홍콩반점...

온갖 음식점 간판들이 시야 가득 뒤엉켜 들어 오는 가운데 문득 오래 전 기억 하나,

 

고등학교 때의 일 이었는지

시험 문제가

[몽고반점에 대하여 설명 하시오]

 

아주 성의있게 답안지에 써 넣기를 

(몽고 사람이 운영하는 짜장면 집)

 

선생님

팔 빠지도록 몽둥이를 휘두르더라

 

#.

방학 숙제 중에 곤충 채집은 언제나 항상 빠지지 않는 종목 이었다

대부분

잠자리 이거나 매미 이거나 날개 우아한 나비 따위로 채우기 마련 이지만

나는 그 속에 우아한(?) 똥파리 한마리를 박제 했었다

그 결과에 대한 선생님의 반응은 낱낱이 피력 할 필요 조차 없겠으나

도대체 왜 그렇게 편향적 시선을 가지고 계셨던건지...

 

생각해 보자

모든 곤충이 갖는 원 싸이클의 과정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애벌레 과정을 혐오스럽게 거치는 것들 이다

땅벌레 이거나

털벌레 이거나

구더기...정도로...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가을 푸른 하늘을 우아한 폼으로 나는 명주잠자리의 애벌레 과정이

개미 귀신 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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