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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등의 콩 만한 것 하나를 떼어내기 위한 수술 전 검사가 벌써 다섯번째
엑스레이 촬영
초음파 검사
혈액 채취
무우 배추가 충분히 절은 뒤에 김치를 담그는 것 처럼
나를 충분히 절여서 스스로 환자가 되도록 한 뒤에야 비로소 수술을 하자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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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두끼를 굶고
신새벽 원주에서 분당까지 달려 갔으니
말 할 기운도 움직일 힘도 없다
겨우 검사를 끝낸 시간이 오후 세시경
뱃속은 마비가 된 건지 배고픔 조차 느낄 수 없는데
돼지 족탕
순대국
칼국수
소머리 국밥
콩나물 해장국
홍콩반점...
온갖 음식점 간판들이 시야 가득 뒤엉켜 들어 오는 가운데 문득 오래 전 기억 하나,
고등학교 때의 일 이었는지
시험 문제가
[몽고반점에 대하여 설명 하시오]
아주 성의있게 답안지에 써 넣기를
(몽고 사람이 운영하는 짜장면 집)
선생님
팔 빠지도록 몽둥이를 휘두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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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숙제 중에 곤충 채집은 언제나 항상 빠지지 않는 종목 이었다
대부분
잠자리 이거나 매미 이거나 날개 우아한 나비 따위로 채우기 마련 이지만
나는 그 속에 우아한(?) 똥파리 한마리를 박제 했었다
그 결과에 대한 선생님의 반응은 낱낱이 피력 할 필요 조차 없겠으나
도대체 왜 그렇게 편향적 시선을 가지고 계셨던건지...
생각해 보자
모든 곤충이 갖는 원 싸이클의 과정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애벌레 과정을 혐오스럽게 거치는 것들 이다
땅벌레 이거나
털벌레 이거나
구더기...정도로...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가을 푸른 하늘을 우아한 폼으로 나는 명주잠자리의 애벌레 과정이
개미 귀신 이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