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구경만 했네

햇꿈둥지 2009. 7. 20. 11:17

 

 

 

 

 

#.

비 속에서도

인색한 햇빛을 모아 붉게 익은 자두는 가지 늘어지도록 가득인데

모처럼의 휴일 아침,

나무속이 하 수선스러워 내다 봤더니

떼거리로 몰려든 어치 녀석들이 홀라당 파 먹고 떨어뜨리고

떨어진 자두 속에는

얼씨구나 몰려든 말벌들이 코를 박고 있고

 

우라질...

자두 구경만 했네...

 

#.

비 속에 갇혀 있던 몇일 동안

밭이며 밭둑이며 마당에는

초록 공룡들이 점령군 처럼 진주 해 있어서

장차

치악산 호랑이들 새끼치러 몰려올듯...

 

밭가에서

만세 삼창이나 하고 그만 마음 정리를 해야겠다

 

#.

그래도

거둘 수 없는 미련 때문에

풀 밭을 헤쳐 늙어 빠진 오이 다섯개를 얻고

진딧물이 깨알처럼 박혀 있는 배추 몇개를 얻어서

노각 비빔밥에 행복한 우리들 

잠시 볼이 미어지기도 했지

 

여전히 눅눅한 바람결엔

비가 온다는 전갈...

 

#.

마당이며 장독대 풀을 뽑는 사이

구름 사이로 언듯 언듯 비치던 햇빛은 어깨를 빨갛게 달구어 놓아서

마당가 맑은 샘가에 알몸으로 서 서

물장난 반쯤이 섞인 땀 씻기

 

"누구라도 올라오면 어쩌라고..."의 아내 걱정에

 

"원래 인류 최초의 의상은 나뭇잎 이었다네 샘 주변에 온통 나뭇잎이니 뭔 문제 있을라구..."

 

#.

하지를 지난 날 부터 낮은 다시 제 키를 낮추기 시작했고

어둠의 틈새에서 명징하게 울기 시작한 풀벌레들

 

기어이

외로움에 감염되고 말 것 같은

예감...

 

허긴

누군가의 가슴속에 빠져 본들...여전히 외로웠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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