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속 봄 꿈

햇꿈둥지 2018. 1. 11. 08:30







#.

"지난 해 사먹은 된장 고추장은

언니가 해준 장에 비해 너무 맛이 없었어"


#.

이 한마디에

아내는 즉시 오지랖을 확장하고

팔을 걷어 부쳤다.


#.

아내의 걷어부친 팔뚝 길이만큼

내 허리는 휘게 될 것이 뻔하다.


#. 

평창 깊은 골 비탈진 밭을 가꿔

콩 농사를 짓는 이와 기별이 닿았다.


#.

처제 더하기 큰집 더하기에

딸네집과

새로이 가족이 된 며느리 더하기 까지,


#.

그렇게 다섯말의 콩이 치악 자락으로 옮겨져서


#.

삶고 디딘 후

모양새를 엄전하게 만들어

일일히 엮어 매달기 까지


#.

땔감 준비하여 불을 넣거나 

짚을 구해 정갈하게 준비하는 일,

모든 과정 과정마다  뒷전 땀을 쏟아야 하는 남자의 노고는

당연한 마당쇠의 임무로 치부되어 버리기 일쑤,


#.

오늘 아침 예보된 기온은 영하 18도

해 뜨기 전 실제 온도는 영하 22도쯤 이었다.


#.

더해진 4도는

산골 팁,


#.

동지 전 추위는 달겨드는 추위

동지 뒤 추위는 쬐껴가는 추위...라고

경로당 고스톱 판에서

깨진 고도리를 아쉬워 하며 혀를 차던

전씨 할머이에게서 듣는다.


#.

그렇게

메주가 익어가고

겨울이 쫓겨가고

산골

세월이 간다.


#.

모두들

아지랑이 처럼 일어서는

봄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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