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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사먹은 된장 고추장은
언니가 해준 장에 비해 너무 맛이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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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에
아내는 즉시 오지랖을 확장하고
팔을 걷어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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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걷어부친 팔뚝 길이만큼
내 허리는 휘게 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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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깊은 골 비탈진 밭을 가꿔
콩 농사를 짓는 이와 기별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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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 더하기 큰집 더하기에
딸네집과
새로이 가족이 된 며느리 더하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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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섯말의 콩이 치악 자락으로 옮겨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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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고 디딘 후
모양새를 엄전하게 만들어
일일히 엮어 매달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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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 준비하여 불을 넣거나
짚을 구해 정갈하게 준비하는 일,
모든 과정 과정마다 뒷전 땀을 쏟아야 하는 남자의 노고는
당연한 마당쇠의 임무로 치부되어 버리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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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예보된 기온은 영하 18도
해 뜨기 전 실제 온도는 영하 22도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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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진 4도는
산골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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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전 추위는 달겨드는 추위
동지 뒤 추위는 쬐껴가는 추위...라고
경로당 고스톱 판에서
깨진 고도리를 아쉬워 하며 혀를 차던
전씨 할머이에게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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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메주가 익어가고
겨울이 쫓겨가고
산골
세월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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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아지랑이 처럼 일어서는
봄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