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난청의 딴청

햇꿈둥지 2011. 6. 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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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틈새 감당 할 수 없이 솟구치는 풀 등쌀에

제초제를 쳐 볼까? 궁리 하다가

바쁘게 먹이를 물어 나르는 박새 한쌍을 위해 포기해 버렸다

 

 

#.

마늘 밭에는 청려장 삼을 만큼의 명아주들이 늠름하고

배추는 산발한채 너울 거리고

고추는 지짓대 없이 풀밭에 누워 버리고

처음 심은 양파는 듬성듬성 열일곱개

 

그 틈새

튼실한 무의 종아리들마다 고라니 다녀 간 자욱이 선명하다

 

#.

건강 검진

 

-바른쪽 귀에 난청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난청 단계를 지나 딴청으로 까지 진행 된 것 같다우

 

 

#.

한 8년쯤 되었나?

인터넽 인연으로 만나고 뭉쳐진 모임이 하나 있다

시골엘 들어 살아도 도시 인연을 걷어 버리지 못해

이 일이 걸리고

저 일에 채이고

하여

정기 모임이란 것이 늘상 부정기 모임이 되곤 했는데

하필이면

장마에 태풍이 더해진 궂은 날 산 중 모임이 되었다

저녘부터의 술잔이

다음날 아침과 점심으로 늘어지고

우리 고운 인연 또한 그렇게 길게 늘어지고

 

#.

혀를 빼어 물도록 가뭄이 이어지는 동안

비리비리 폼새 없이 자라는 풀들을 열심히도 뽑아 댄 탓에

그럭저럭 밭 꼴인가 싶더니

몇일 비 오시는 새

작물은 한뼘

풀들은 석자 가량 자라

집주변이 온통 초록공룡으로 변해 버렸다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