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구월 아침,

햇꿈둥지 2022. 9. 5. 07:37

 

 

#.

구월,

느낌부터 참

가을스럽다.

 

#.

아침마다

다시 심어 놓은

윗 밭의 배추 안부 여쭙기,

 

#.

배추가

김장으로 치장하여

밥상에 오르기까지

 

#.

마당쇠 노릇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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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장걸음을 걷던 당랑이

제법 의젓해졌으므로

초록은 다소 수척해 보이는 아침,

 

#.

여전히 비 오시는데도

저 아래 너른 바다에서는

힘쎈 태풍 하나 열심히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

 

#. 

산골 뜨락에

물 마를 날이 없다.

 

#.

어쨌거나

세월 가는 대로

하늘은 푸르고

가을은 맘껏 물들어서

다시

이 가슴조차 알록달록 물들 테니

 

#.

그저

작은 일상들에 성실할 일,

 

#.

허공이

꼬옥 움켜쥔 밤송이들,

 

#.

가을이 온통

토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