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별 것 아닌 행복,
햇꿈둥지
2021. 10. 2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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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산 숲에서 사운 거리던 노을빛 바람이
이른 겨울의 전위대로 변절해 버린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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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락한 나뭇잎들은 코딱지 마당에서 난장을 치고
누옥의 허술한 문 틈새가 소란하기 그지없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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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이 오기 전에 서리 번뜩이고
얼음조차 꽁 꽁 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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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부지런을 떨어봐도
겨울은 언제나
점령군처럼 불쑥 들어서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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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거리는 손길로
얼어 죽어 가는 고춧대의 머리채를 쥐어뜯어
염장(鹽葬)하여
염장(鹽藏)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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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부지런을
겨우내
곰삭혀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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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별 것 아닌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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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내리는 새벽,
옆자리에 고이 누운 이 가 있어
더듬어 손 잡아 보니
열엿새 고운 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