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Stephen temperature
햇꿈둥지
2013. 10. 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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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이 지나기 바쁘게 혓바늘 같은 서리가 내리고
산골은 이내 겨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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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필요없는 여자들끼리의 일 이라고
아내는 훌쩍 가을 여행을 떠났으므로
황량한 바람속에 홀로 남겨진 나는 헐렁한 가슴을 다독거리며
연탄 갈고 개밥 주고 개똥 치우고 밥해 먹고 청소하고 빨래도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참 너무 너무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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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train 이란 것이 있다더라
엎어지면 무르팍 닳을 거리인 제천을 떠나 백두대간의 척추 중 제법 고운 길을 훑어 돈 다음
공손하게 제자리에 내려 주는데 네시간반쯤이 걸린다더라
하여
아침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서 기차에 오르고 보니
온통 아줌씨에 할마씨들...가는 귀 먹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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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에
질박한 삶으로 견뎌야 했던 산 깊어 한숨 깊었던 세월
그 신고의 눈물 자국 위로
깔
깔
깔
관광 열차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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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꿈틀거리며
꾸역꾸역 검은 탄을 토해내는 태백의 산하에도
알록달록 단풍 고우니 서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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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연탄이
가슴속 한을 풀듯 시뻘겋게 불타기 시작한 뒤로
집안 온도는 22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시작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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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함없는 따듯함 이름 짓기를
스테파노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