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7월의 창(窓)
햇꿈둥지
2020. 7. 6. 10:05
#.
남녘에서 뭉기적 거리던 장맛비가
드디어 이 산꼬댕이까지 왕림하시어 긴 날을 적실 것이라는
티비의 으름장이 있고 난 뒤
#.
과연
두껍게 어두운 구름으로 하늘은 흐리시도다
#.
이를 기념하여
늦었거니 마늘을 캐고
밭고랑마다 어지러운 키 큰 풀들을 뽑아낸 이른 아침의 노고를
장갑 여려 켤레 대충 빨아 널어 입증키로 하였다
#.
게으름에 대한 경고였는지
쌍살벌 여러 마리가 기어이 손등에 침을 놓았으므로
소복하게 붓고도 화끈거리는 열감에 더한 가려움,
#.
이 비 끝나고 나면
연일 땡볕 공습이 이어질 것이다
#.
마당가 그늘 넉넉한
고로쇠와 산목련과 단풍나무를 가까이하여
더운 날들을 징검징검 건너 볼 계획
#.
벌레 극성에 자라는 꼴이 영 서툴어 보이던 배추들은
어쨌거나
험한 환경을 스스로 견뎌낸 채
제법 장한 모습으로 알이 들었으므로
더러는 내 밥상의 반찬이 되고도
먼 도회의 가족들에게 까지 별스럽지 않은 나눔이 되었다
#.
연초에
달력을 일력으로 바꾸어 놓고는
하루하루 떼어진 날들을 그 아래 소복하게 모아 두었다
#.
달력 위의 날들은 그저 흐르고
일력의 날들은 가슴에서 떨어져 쌓여 가는 것
무겁다.
#.
감자와 옥수수를 한 소쿠리 삶아
코로나에 갇혀 있는
도회의 친구들을 불러야겠다
#.
서로가 서로에게
맑은 창문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