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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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장엘 가자고
이른 아침부터 아내의 채근이 분주하다
도라지를 산다 하기에 국산 도라지 고르는 법을 인터넽으로 공부도 하고...
원주 시내를 지나 허위 허위 횡성 거리에 당도해 보니
썰렁
썰렁
써얼렁~
횡성장은 내일 이란다~
일 없이 낯 선 길을 내달아 서석 거리에 당도 했다
배고픔에 맞추어진 점심 시간,
사람보다
세워진 차들만 빼곡한 거리의 귀퉁이에서 순대국 한그릇을 비운 뒤,
안 가 봤던 길을 가 보자는 배부른 결의의 꼬인 결과 때문에
눈 쌓인 운두령을 넘고
앞이 안보이게 눈보라가 몰아치는 태기산 험한 길을 엉금 엉금넘는 고행을 자초한다
통 통 여물었던 정월 보름달은
징검 징검 여섯날을 지나는 동안
바람 빠진 풍선 처럼 쪼글어 들고
이젠 창백한 낮달이 되어 여명의 밝음에 등 떠밀려 나뭇가지에 걸리고 말았다
기우뚱
허리 굽은 노인의 모습으로 겨울 삭풍을 견뎌 낸 돌탑에도
이제 봄이 오려는지
구부정한 모습이거니 촉촉한 습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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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주 세장을 앞장세워 운학골을 찾아든다
엉킨 표풍이 제멋대로 불어 닥치는 산골 이지만
반쯤은 이를 앙다문채 얼어 있으되
기어이 녹아 흐르며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숨은 풍경들...
계곡 찬 얼음에 몸 낮추어 찍은 사진들 마다
수정처럼 맑은 빛이 뿜어져 나온다
겨울 건넌 정갈한 마당 끝,
비었던 자리마다
마주 앉아 도란 도란 지난 겨울을 얘기해도 좋을 자리
이 자리에서 만날 님은
봄이 되겠지...
헝클어진 바람에도 불구하고
햇볕은 이제 더운 온기를 담아
엉터리 사진쟁이 손끝에 기어이 붉은 빛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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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 길에 담은 여주의 일출,
저 뜨거운 빛으로 나날이 달구어져
초록 단내를 뿜어 내도록 온들을 뎁힐 것 이다
밝음,
그 빛으로 채워지는 거리마다
수선스러워지는 사람의 거리
또 하루가
또박 또박 다릿심 좋게 걸어 나오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