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혼미의 계절

햇꿈둥지 2010. 5. 10. 12:14

   

 

 

 

 

 

 

     꽃을 피우기 위해 온 힘으로 꽃망울을 매달던 생태의 한고리가 무너져 버렸다

         허둥지둥 꽃 피우고 우왕좌왕 잎 푸르니

 

       함부로 벗어 던진 아이의 옷처럼

           봄은 텅빈 옷자락 위에 기진해서 누워 버렸고 화들짝 꽃진 자리 무성한 잎들만 울울해서

           그 사이 볕뉘로 쏟아지는 햇살 조각들...

 

           덥다

 

      봄은 이제 절명 했노라고 

          낮 동안 느린 걸음으로 갈아 놓은 영인네 논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만 무성하여

 

      이걸 심어야 하나 저절 뿌려야 하나 날나리 농사꾼 소낙비에 허리춤 놓친 폼으로 허방걸음인데

          풀들만 두어뼘씩 발목을 감아 도는 환장 할 노무 농사 

 

      어쩌라구

          환장 하고도 미치도록 그윽한 꽃그늘을 만들던 산사나무는 꽃망울 몇개로 성의 표시를 마친채

          푸른 잎새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햇빛들...

 

          여름이다

 

      이 난리북새 통에 딸아이 전화, 

          기특도 하여라... 올해는 어버이날 하루 전에 어버이날 이브 행사까지 하려나 보다

          그윽한 마음으로 개떡의 기대를 얹어 받았으나

          "엠티 비용"을 급히 보내라는 개똥 같은 전언,

 

          불효만 하지 않아도 효자라 하니...

 

      덜 펴진 관중의 새순은 떠나려는 봄을 꼭 움켜쥔 아이의 손 같다.

         그러나 어쩌랴

 

         변변한 인사조차 나눌 새 없이

         봄은 벌써 떠나 버린 걸...

 

         그만 손 놓아 보내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