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햇빛 꽃빛

햇꿈둥지 2011. 5. 15. 14:38

 

 

 

 

 

 

 

 

 

 

#.

봄 이었나?

 

잠시 동동걸음을 멈추고

뜨락에 걸터 앉아 담배 한대를 피우고 나니

장대 같은 풀줄기 솟아 오르고

나무들은 연록의 잎새를 옹골지게 키워서

성큼

초록 그늘을 드리우고 말았다

 

#.

그 틈새

배추 묘종을 심고

무 씨를 넣고

이미 뿌린 소채의 어린 싹들이 소담하게 일어서는 밭에 엎드려 있는데

환청인듯,

수다스런 산새 소리 속에

그윽한 뻐꾸기 소리...

 

#.

-그기는 뻐꾸기 울때 싱구면 되는 거래이

오래 전 돌아가신 종국 할머니 모습이

밭고랑 같은 이마의 주름살로 되짚어진다

 

#.

바깥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짐이 될까 싶어 쪼꼬만 카메라 하나를 빌려 들고 갔더니만

카메라 하나 장만 하라며 딸녀석이 구렁이 알 같았을 돈을 건네는데

-그래 까짖거...

흔쾌히 받아는 들었으나

어쩐지

거지 깡통에 밥풀 떼어 먹은 기분,

 

#.

진다홍 꽃잎을 너울 거리며  

꽃들은 여전히

봄 이다

 

늦었거니

모난 돌 투성이의 밭 가득

앙증맞은 새순들 아우성 처럼 일어서고 있으니

 

외로웠던 정자 가득 초록 그늘을 담고도

지나는 바람결 잠시 불러 앉혀 놓은 뒤

그리웠던 누구든지와 술잔의 이마를 부딪힐 수 있다면

 

송화가루 날리는 산골의 5월은

햇빛 꽃빛보다

더욱 찬란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