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햇빛은 노랑색?

햇꿈둥지 2009. 10. 12. 08:44

 

 

 

 

 

#.

사람의 일 이었다

 

처형의 환갑과

동서의 집들이와

이런 저런 일로 소토골이 비워지던 날,

 

사람의 일로

다섯마리 개들은 1박2일의 다이어트를 해야 했지...

 

#.

손 안대고 코 풀었지...

여름내 팽개쳐 두었던 물길 어딘가가 막힌건지 몇일 전 부터 물 넘침이 멎어 있었다 

 

물을 고치는 일보다

물통까지 이르는 길에 헝클어진 풀들을 땀 흘려 베는 동안

제 몸이 베어지는 순간 부터 가을 햇살 가득 뿜어대던 풀들의 휘향

망초

고사리

산초나무

그리고

온통 내 주변에 기대어 살던 동무같은 생명들...

 

#.

새팥의 사위어가는 대궁 끝에

*노굿 몇잎 아직도 선연히 맺혀 있는 산길

 

소풍 나선 철없는 아이들 처럼

깔깔 거리며 집으로 내려 오던 길

 

#.

집 오름 길 밤나무 아래에서

산밤 한됫박을 줏어 오른 아내는

그 밤을 삶아 다람쥐 처럼 먹어 치웠다

 

밤 벌레 가트니라구...

 

#.

산국과 감국들이

왼갖 풀들 사이에 숨어 가을의 푸른 시간을 기다렸다가

저토록 온전한 노랑 꽃을 피웠다

 

돌투성이 비탈진 땅 어디에

흐느적 거릴 뿐인 햇살 어디에

저토록 순수하고도 온전한 색깔이 숨어 있었을까?

 

#.

제법 제 키를 갖추어 가는 갓을 솎아

삼겹살 조금을 구운 뒤에 독작의 술 한잔을 치는 창 밖,

 

건들기 섞인 바람들

마른 나뭇잎 몇장을 볼모 잡아 난장의 회오리를 일구고... 

 

 

* 노굿 : '오렌지'가 아니라 '아륀쥐'라고 주딩이 비틀어 발음한 그니의 부류께서는

            영어의 [no good]인 줄 아시겠으나

            순수한 이 나라 말로 콩이나 팥의 꽃을 말한다

            기똥차게도 그 꽃말이 "언젠가 오고 말 행복" 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