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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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 달님이 나날이 포동해지고 있다
만삭의 달빛을 밤 깊이에 뿌리는 날
추석이 될 것이다
그날을 콩닥이는 가슴으로 기다리던 유년의 설레임은 왜 없어져 버린걸까?
그때보다 먹을거리의 배부름에 있을까?
아님
어린 나 같지 않게 짐짓 뒷짐이나 지으신채 험~ 험~ 헛기침을 날리며 무관심 무표정 하던 아버지쯤의 어른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반듯하게 쪽진 머리에 반지르~ 윤기 나도록 동백 기름을 바르셨던 엄마와
송편처럼 예뻤던 내 누이와
들통이 나면 된통 혼이 날 일들을 은밀한 전리품 처럼 들려 주며 낄낄 거렸던 형들과
그리고도
여전히 가슴 속 갈피 갈피에 납짝한 기억으로 숨어 있는 소중한 사람들
그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나는 날들이며
그들과 함께 모처럼 윤기나는 음식을 나눌 수 없는 아픈 마음을
짐짓 뒷짐이나 지은채 험~ 험~ 헛기침을 날리며 견디고 감추어야 하기 때문 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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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날들
이제 그만 땀 흘리던 논밭에서 집으로 들어
땅도 사람도 쉬어 보라는
하늘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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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보리밥 먹은 머슴 방귀 흘리듯
툭 하면 외박에 휴가를 나오던 상등병 아들 녀석과
고양이 쥐 생각하듯 듬성 듬성하던 딸 녀석이 집엘 들었다
"에~ 성원이 되었으므로 오늘은 특별히 외식을 하겠다"
약간씩 오버한 환호성 뒤로
"마당에 자리 깔고 고기 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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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가 갈색의 위장을 마치는
귀뚜라미 밤새도록 똘 똘 똘 똘 어둔 시간을 굴려가는
조밀한 거미줄에 밤새 시린 이슬이 맺히는
나뭇잎들 여름내 훔쳐 담았던 태양빛을 서산 놀빛으로 토해내기 시작하는
밤의 한 가운데에서 현의 울림 같은 궁노루 울음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사람의 가슴은
조금씩 헐렁하고 아파지기도 하는
그래서
아무나 붙들고 사랑해 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어지는
가
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