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초록 넋두리

햇꿈둥지 2013. 5. 18. 11:01

 

 

 

 

 

 

#,

병원 다녀 온 새

봄도 다녀 가시다

연록의 부드러움 다 거두어진채

억센 햇빛만 무성한 뜨락

 

#,

바람의 고자질로

낭낭한 빛으로 꽃 피워야 했던 가난한 마당의

두서없이 허둥대던 날들을 읽는다

 

#,

병원을 나서서

내 집 뜨락에 들어서면 나는 대번 초록일색이 될 줄 알았는데

이 낯설음...

 

#,

"잠깐 나가 놀다 오겠습니다"

항암 치료 환자들의 인사법,

잠시의 날들이 다 지나 버렸으니 마당가 지천의 꽃이며

고운 바람에도 온몸을 흔드는 초록 그늘과도 잠시 이별...

 

#,

산다는 건

살아 있다는 건

질기고 억센 쇠심줄 같은 버팀 이거나

얇은 유리 어항을 품에 안고 밤길을 걷는 것과 같은 것,

다만,

결론의 대부분이 각각의 선택지에 의한 문제가 아니라

팔자 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