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징후
햇꿈둥지
2010. 2. 23. 06:24
#.
바람결 온순해지고
햇살이 포근 하던 한낮
켜켜이 쌓여 있던 눈 또한 속절없이 녹아 내려서
처마 끝은 종일토록 낙수를 떨구었다
겨울의 낙태...
#.
뛰고
구르고
함부로 떠들고
그게 예뻐 죽겠는데
기어이 한복 곱게 차려 입고 철푸덕~ 세배를 한단다
세뱃돈이 얼마가 되었든 아까움이 있으랴...
#.
몰려 다니고
엄마 젖 더 먹겠다고 으르렁~ 하룻강아지 똥뱃장도 부리고
.............................. !
이제 우리
헤어져야 하려나 보다
#.
서산 하현달이
점
점
점
점
동쪽으로 옮겨 앉더니
훌쩍 반달의 채움을 넘어서고 있다
하나 가득 빛을 담아 어둠 속 낭자하게 빛 나누는 날
오곡밥 기름진 대보름 이라네
#.
"스트레스가 엄청 엉겨 붙고 있다..."
죽는 소리를 들은 딸녀석
문자로 답이 오기를
"아부지 도대체 몇살이야?
왜 아부지는 환경과 여건에 굴절된 시각을 갖고 살아?
아부지의 시선으로 세상을 직관해
그럼 스트레스도 없어질거야~"
청출어람을 찜쪄 먹고도 볶아 먹을 놈
스트레스가 아니라
스텐레스다 이노마~
#.
펑퍼짐한 햇살 속에
봄의 징후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봄
봄
봄
또
어떻게
누구와
어디를
방황해야 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