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지역 사회

햇꿈둥지 2007. 3. 7. 14:46

 

 

 

 

#.

강원도로 집을 옮긴 뒤 할 줄 모르는 농삿일이며 주변 가꾸기의 일로 몸살을 앓고 있던 어느 날

광역의원 입후보자 선거 지원을 하는 사람들 이었는지

한복에 어깨띠를 두른 일군의 사람들이 이곳 산꼬댕이까지 방문을 했었다

 

내가 해 치워야 할 일감에 비해 그들의 서두는 장황하다

 

"누구 누구가 00도 광역의원에 출마 했는데 그를 찍어줘야 00시가 발전 하게 되노라..."는...

 

떨어진 옷에

그 옷 조차 흙투성 이였고 한나절 풋낫질에 땀에 절어 있던 내 모습은 그들 눈에 사람으로 보다는 그저 지나다 마주쳐서

버리기에는 그렇고 그런 한장 표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광역 단체에 출마한 사람이면 00도를 발전 시켜야지 왜 00시만 발전 시켜야 한대유?"

그들의 눈을 크게 뜨도록 한 이 물음은 바보짓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구~  으원님으루 출마한 냥반이 발전소에 근무 했었대유?  뭔노무 발전두 한대유?"

 

이 물음에서 그 입성 고운 젊은 여인네들은 자기들끼리의 깔 깔 웃음을 나누며 산 아랫길을 내려 가 버렸다

 

나는 분명히 무시 당한 것 같다~

 

時發~

 

 

#.

닭백숙을 좋아한다

 

그리하여

마누라도 닭띠 여자다

그렇다고 마누라를 솥에 넣어 삶는 짓을 시도 해 본 일은 없다

내가 마누라 등쌀에 삶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강원도로 이사를 하고 두어 해가 넘을 무렵,

잠깐의 나들이로 부담스럽지 않을 거리를 찾아 닭백숙을 주문 했었다

 

알겠거니...

 

닭백숙이란 것이

잡아서

털 뽑아야지

삶아야지...

족히 한시간은 걸릴 일이니

"해 주시요~" 주문한 뒤에는 텅빈 마음으로 그 시간 모두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닭백숙을 주문하고 무료한 기다림을 선 낮잠으로 메울까?...

땟국 쩔은 방석 두어개를 포개어 베고 설핏 노루잠이 들려던 참인데

일군의 젊은 친구들이 들이 닥치는지

나 처럼 닭 몇마리를 백숙으로 주문 하는듯 했었고 그렇게 한 이십여분이 지났을까?

제법 노기 섞인 음성으로 주인을 부르는 소리에 잠깐 잠귀가 트였는데

 

"아줌마 닭 시킨지 을매가 지났는데 이태껏 안 나온대유?  이거 지역 사회에서 너무 하는거 아니래유?

 

으응?~

닭백숙에 지역 사회?

일순 잠을 떨치고 일어난 나는 앙천대소 했고

이노무 큰 웃음은 자칫 그들과의 싸움으로 번질 뻔 했었다

 

 

#.

회귀하는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 왔다

빡빡머리가 채 귀를 덮기 전에 떠났던 거리이니 사람의 시간으로 되 짚어 계산하면 근 30년이 지나 버렸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곳 없다'고 했지만

아직도 많고 많은 친구, 선배, 후배들은 이 거리에 끈을 묶어 두고 용케 먹고 살고 있다가 지친 이방인 처럼 찾아 들어 온 나를 반겨 주었다

 

그러나

산천은 의구하지 않았다

 

뭔노무 선거가 그리 많고

그 선거에 의해 용약 한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어찌 이리 많아서

툭하면 마이크 틀어 놓은 자리에서 목소리 키우는 사람이며

그들의 그림자 뒤에서 그늘 큰 나무처럼 행세하는 사람들은 왜 또 이리 많은지,

만약에

해방 직 후 이거나

북쪽 나라 이념이 이 나라 부분 부분을 이끌어 가던 점령 치하의 상황에서 단편적 선동에 내몰려 어깨마다 두르고 다니던 완장 이란 것이 지금은 넼타이와 양복으로 변형 된 것은 아닌지? 

멀미가 날 지경인데

 

그 자리마다

그 자리에서 나누어진 술잔을 들 때마다 한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들,

 

"지역 발전을 위하여~"

 

아~

時發~

절때루 정전 되는 일은 없겠구나~

 

한전은 좋겠구나~

그것두 졸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