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지레 겨울,
햇꿈둥지
2015. 9. 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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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동네 베드로 댁의
산속 샘물 손질을 위해 오지랖 넓은 이틀간의 지원 결과
온몸에 옻나무 알레르기만 끌어 안았는데
일요일 추석 뒤로도 여전한 이틀의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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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끼 많은 피부과 의사샘은 또
"옷 입고도 옻이 올랐느냐?"고 놀릴게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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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철거중인 도심의 달동네 골목에
줄담배로 수다중인 할머니들 틈에 끼어 앉아
커피 한잔 얻어 마시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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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골목의 집들과 함께
재개발로 없어질 댑싸리 씨앗을 주머니 가득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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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진 거미낭에서
새끼 거미들이 쏟아져 나오듯 도시는 분열을 시작했고
적막하던 시골의 집들마다 흩어졌던 가족의 합체가 이루어짐으로써
9월 끝자락 날의 밤
시린 이슬이 내리는 시간임에도
지붕 낮은 집들은 오랫만에 불밝혀 따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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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을저녁(秋夕)이 되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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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다리 아들녀석이 연애질을 시작 했다고
나를 위한 일처럼 일찍 떠나 버린 시간부터
비로소
아내와의 휴식이 보장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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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의 수은주가 집 잃은 아이처럼 쪼그려 앉은 밤
불끈
보름달이 솟아 사위가 휘황하건만
시름없는 귀뚜라미 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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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은
지레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