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지랄만 풍년

햇꿈둥지 2012. 4. 27. 12:08

 

 

 

 

 

 

 

 

벌써 7~8년쯤의 시간이 지났을까?

산오름길 두번째 세번째 단에 마련된 밭에 비닐하우스를 세웠다

물론 아내의 프로젝트,

취나물과 이런 저런 산채를 가꿔 떼돈을 벌겠다는 거였다

졸지에 비닐하우스 조립 마당쇠가 되어 버린 나는 이렇게 얘기 했었다

"떼돈을 벌려면 취나물과 산채가 아니라 잔디를 심어서 팔아야 하는거..."라고... 이 자명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아내는 죽어도 고를 외치며 비닐하우스 프로젝트를 밀어 부쳤지만

결과는 취나물이고 떼돈이고 나발이고

비닐하우스 안에 우거지기 시작한 이런저런 넝쿨 풀들과 마지막으로는 Alien의 섬모손 같은 칡넝쿨이 휘감긴 꼴을 밖에서 보면 과천대공원 식물원에 버금가는 모양새라...

지난 겨울엔 늙어 쇠약하신 멧돼지들이 경로 모임 장소로 사용한 흔적이 발견 되기도 했었다

 

다시,

어느해 겨울인가 아내는

마을회관에 모여 동전 뻥치기에 몰념해 있는 마을 할마씨들을 규합하여 일명 반지계를 묶었고

할머니들이며 아줌니들이 마디 거친 손 이거니 반지 하나씩을 끼우는 동안 아내는 그 돈으로 농사용 전동풍구를 하나 사 들였는데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쯤을 사용한 뒤 아쉽게도 비닐하우스 안의 치장 장비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흘러 2012년 봄,

7~8년의 시간동안 안으로는 칡넝쿨과 밖으로는 한삼 덩쿨을 포함한 왼갖 풀들에 시달리던 비닐하우스는 처참하게 찢어지기 시작해서 바람이 불기 전 부터 바람이 몰려 가는 방향으로 산발을 한 채 흔들리기 시작했다...Bingo~

 

여기에 더 해

5년전쯤 설치한 농사용 건조기는 단 한번의 사용 실적도 없다가 어느핸가 고추 말릴 무렵에

더럽게 비가 많이 오므로써 의기양양하게 가동을 시도 했으나  e Run G.M.E.C.不~!

벼락 맞기를 흉년에 산나물 먹듯이 처 맞아서 아주 맛탱이가 갔으므로 수리비만 20만원...

거북이 등때기에 부항을 뜨는게 낫지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어쨌거나 다시

아내는 비닐하우스 더하기 건조기 까지를 옮기고 가동하여 농가 소득을 획기적으로 개선 하겠다고 선언 하므로써

아무 생각없이 쐬주잔에 코 박고 있던 스테파노와 나는 다시 멱살잡힌 농사철 마당쇠가 되었다는 것,

 

결국

오늘 이 후 삼일의 시간동안 나와 스테파노는 아마죠네스 여인부족에 잡혀 간 순한 노예가 되어

시키는대로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

하필이면 이럴때 안양의 친구 두마리가 전화를 해서는

-내일 치악 소토골에 가도 되느냐?고 물어 왔으므로 나는

-그렇지 않아도 너희들 오기를 학수고대 했었노라...고 감동의 화답을 하므로써

필요하던 잡부 두 사람을 해결 했으니 이쯤에서 나는 감독의 위치로 옮겨도 되지 않을까? 

 

어쨌거나 봄볕 찰랑한 산중에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참 지랄만 풍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