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태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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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속에 거두어진 첫 거둠 고추들은
어쩔 수 없어
건조기로 말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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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거둔 고추는
반쯤은 건조기로
그리고 나머지는 햇볕 말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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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말라가는 고추의 향기는 물론
마른 모양도 차이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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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세 번째 거둔 고추들은 몽땅 볕 좋은 지붕으로 올라가
오로지 햇볕 말림을 하겠다고
흐린 하늘 잠깐 소나기라도 지날 양이면
동춘서커스 곡예 단원처럼 사다리 오르내리기를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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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전용의 비닐하우스 하나를
지어야겠다는 생각
꿈속에서도 옹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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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며칠
하늘은 푸르러서
햇살은 또 셀로판지처럼 투명했으므로
아내의 소원대로 고추는 말라가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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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트렌드에 맞추어
올 추석에는
가지도
오지도 말자고 모두에게 알렸으나
길고 긴 연휴에 딱히 할 일이 없으므로
기어이 내려가겠노라는 며느리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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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열 뿌리 먹는 것보다
시집에 한번 덜 가는 것이 몸에 좋은 것 임을
그토록 일렀건만,
참 이상하신 며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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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겸해
거실부터 이 방 저 방 모두
가구 바꿔 놓기
방향 돌려놓기
그리하여 앉은자리마다 산과 마주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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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전에
지극 정성으로 가꾸시던 코딱지 꽃밭에서 옮겨 심은 협죽도가
가을 하늘 아래 화들짝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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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이
주의, 방심은 금물 이라 하니
이 시절의 코로나 사태를 알려주려 하셨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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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온도계의 수은주가 쪼그려 앉기 시작하였으므로
이른 한나절 땔감 손질로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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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의 둥치를 베는 동안
나무들은
오래 전의 바람과 전설 같은 산 이야기들을
선혈 같은 향기로 쏟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