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징검비
햇꿈둥지
2020. 7. 28. 19:41
#.
비가 쉬는 틈새를 빌어
우쭐한 풀들을 뽑아 두었더니
장마로 질척한 땅에 누운 채
기어이 윗몸을 반쯤 일으켜 세웠다
#.
내 뜻대로 태어난게 아니니
함부로 죽어서는 안되는 생이다
결국
생애의 모든 날들을 성실하게 살아내야 하는 것
#.
식물의 삶 조차
이토록 치열 하거늘...
#.
자연은
불확실한 내일을 위해
확실한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는 바보짓을 하지 않는다.
#.
매 순간
죽을힘을 다 해 살아가는 것,
#.
장마 속에
강낭콩을 거두고
옥수수를 거두었다
다시
파를 옮겨 심고
상추도 뿌렸으니
이제 7월도 끝,
#.
둘이 먹는 양으로는 안 해도 될 일을
혹시
누군가 올지도 모른다는 서툰 기대가
기어이 씨를 뿌리게 한다.
#.
들쥐도 고라니도
옥수수를 물고 다니는 7월,
#.
옥수수와
빵 몇 조각과
과일 조금에 얹어
음료 한잔을 저녁 밥상으로 받았다.
#.
점 점 점 점,
사육 방식이 간소해지고 있다.
#.
비 틈새를
바람보다 가볍게 잠자리 날기 시작했다.
#.
그 잔잔한 파문 사이로
조금조금 가을이 들어설 것이다.
#.
나이 먹어도
어쩔 수 없는 감성
그리하여
가슴부터 노을빛이 될 것,
#.
그래서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