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장마 속 가뭄
햇꿈둥지
2019. 7. 1. 16:24
#.
기상청 슈퍼컴터가 고장난건지
내 집 티비가 고장난건지
도무지 예보된 대로 맞아 떨어지는게 없어서
아침 저녁 텃밭 물 주는 일이 일과가 되어 버렸다.
#.
주말에 들이닥친 아이들은
조용하던 산 속을 대번 전쟁터로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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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고
구르고
소리 지르고
이걸하자
저걸하자
맘대로 되는게 없으면 앙앙불락 울고불고,
#.
그 밤
아이가 베개를 들고 내 옆으로 왔다.
#.
아이는 행복한듯 잠 들고
나는 행복에 겨워 잠 못 들고,
#.
공부한 날 보다 빠진 날이 더 많은 붓글씨 공부는
이제 그만 방학이라 하여
날나리 건달 실력을 쥐어짜듯
무심하게 "무심" 하나 그려 놓고 나 혼자 헤벌쭉,
#.
정자에 나앉아
초록바람과 마주앉아 희희덕 수다 중에
아랫밭 옥수수 대궁을 가만히 흔들고 나타난 아기 고라니 한마리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고
하룻고라니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건지
그 맑은 눈으로 초롱초롱 눈 인사 나눔 끝에
가만히 헤어졌다.
#.
초록 그늘 넉넉하고 바람 시원한데
옥수수가 익어가고
감자는 알이 굵어졌으니
그리운이와 마주앉을 수 있으면
더운 한나절이 따듯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