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장마 건너기
햇꿈둥지
2011. 8. 1. 07:53
#.
유월 늦은 때 부터 시작한 장마의 유일한 언어는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 이거나 불규칙한 낙숫물 소리였음에도
팔월의 첫날
여전히 비 내리고
#.
밭 작물들은 볼품없이 녹아 내리는데
신이 난 풀들만 장대하게 우거져 있었다
#.
배추 한포기에 칠천원?
고라니가 남겨 준 배추 삼십 포기쯤을 거두었다
빗 속에 거지반 망가져 버린 폼새까지도 황송하고 고맙더라
#.
-아이구 허리야~
어깨 허리 구분없이 볼록오동통한 아내는
고된 일 끝에 들러붙은 통증으로 허리를 기억해 낸다
#.
전화 받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휴가...
오는 이, 가는 이들 속에서
맞고 보내는 일로 어수선한 일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
머물다 떠나는 이들이야
본래의 되돌림을 위한 제 갈 길 이겠지만
손 흔들어 보내야 하는 나는 썰물 같은 언덕에서 홀로의 외로움까지를 짊어져야 한다네
#.
빗 속 빈둥거림을 접고
가스렌지 부터 이런 저런 그릇들을 치우고 닦고...
네 일, 내 일의 분별로 다툼이 되던 일들
우리 일...로 끌어안고 나니 그럭저럭 해볼만,
한 평생
팔자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