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은총보다 물총
햇꿈둥지
2018. 8. 1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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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더위와 가뭄에 스스로 지치신건지
잠시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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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쉬 가뭄에는
은총보다 물총이 좋은 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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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상여가 탁문군에게 보낸 숫자시 같이
일이삼사오륙칠팔구십백천만 방울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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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말라 타들어 가던 강원도 산꼬댕이의 작물과 풀들은
일제히 감읍하여 머리를 조아렸다.
비가 내리는
47분 26초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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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잠시 제정신을 수습 하였고
그 틈새
병천 삼거리 만세 삼창 같은 매미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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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염천 속에
오로지 배꼽이 빵꾸 났다고 그래서 무지무지 아프고도
잘 생긴 의사가 무려 세달 동안 꼼짝도 말라고 주문을 걸어 놓았으므로
산골짜기 백수 건달은
발라당 디비져 놀기에 좋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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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많은 강원도에서 택배하는 젊은 양반들만
나날이 들락날락하며 책을 전해 주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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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열두 수레쯤의 책들,
병원 수술비에 버금가는 돈이 될 거라고
아내는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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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때 마다 아내의 코 밑에 들이밀어
구백 하고도 구십백천만의 효과를 거양하고 있는
잘 생긴 의사의 주문
안정 또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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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부터 처방까지
보기드문 명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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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딪불이 두마리
지독히도 더운 여름 날
가슴 녹아내린 일은 없었느냐고
연두빛 언어로 안부를 묻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