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은밀한 가족

햇꿈둥지 2014. 8. 19. 08:04

 

 

 

#.

여름동안의 가뭄으로 혀 빼어 물게 하시더니

제법 거칠거나

때론 이슬비와 는개로 하루낮과 밤을 건너도록 비가 내렸습니다

 

#.

무료하고 질척한 시간들 마져

초록 빗물 속에 흥건 합니다

 

#.

풀벌레 소리 조차 낙수 되어 흐르니

불면도 황홀,

 

#.

들판의 벼들이 벌써 수긋하니

여름은 또 속절없이 전설이 되었습니다

 

#.

해 떨어질 시간

관솔 투성이 뒤틀린 나뭇둥치에 한참의 도끼질 끝에 

아궁이 가득 불을 들였습니다

솔향 가득한 열기 은은하고 따스하니

기어이 가을 입니다.

 

#.

비 젖은 풀숲을 가만히 흔들며 지나다니는 들고양이 가족

따듯한 집안은 아니래도 주변 맞춤한 터를 찾아

겨울 지나 봄이 올 동안

살금 걸음으로 은밀한 가족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