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유월 한귀퉁이

햇꿈둥지 2012. 6. 21. 07:33

 

 

 

 

#.

주린 젖가슴을 한사코 파고드는 아이처럼

가물어 메마른 개울에 모여 기어이 삼겹살을 구워야겠다는 철없는 사람들

 

#.

야위고 마른젖을 빨듯

가문 땅의 진을 뽑아 오이 두개 여물었다

 

#.

젖줄 같은 산속 샘물에 매달려 사는 열댓가구쯤

가뭄 끝에 앵꼬 증상을 보인다는 메마른 풍문,

 

여전히 초롱초롱 넘치는 내집 샘가에서

소나기 같은 고마움을 키운다

 

#.

윗밭 오름길에선 먼지가 풀 풀 일고 있건만

하늘은 여전히 모른척,

天道無親 이라지

 

#.

밭의 풀들마져 혀 빼 물어 늘어졌는데

주말의 비소식,

출발선에 엎드린 단거리 경주 선수처럼

그 비 내리는 시간부터 엄청나게 치솟을 것,

 

#.

현미채식 3개월째

체중이 줄고 피부에 윤기가 돌고

다만,

"어디 아퍼?"의 지나친 관심이 무거워라

 

#.

함부로 먹는 사람들 문제 이전에

함부로 만들어지는 먹을거리가 문제라니까...

 

#.

촌동네 산자락 파헤쳐 만들어진

명품 프리미엄 아울렛

깡똥한 치마이거나 찰싸닥 바지 입고 모여 앉아

스타벅스 커피 마시며 담배 피워대는 조 계집애들이 외계인 이거나

왕뻘쭘으로 빙빙 겉도는 내가 외계인 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