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우렁이 사랑

햇꿈둥지 2007. 9. 19. 14:51

 

 

 

 

비 오는 날 새� 두시에

아내가 무너졌다

 

아들 녀석은 군인이 되어

딸 녀석은 외국으로 나가 버려

도무지 누구 하나 곁에 불러 둘 수 없는 상황이

무던히도 막막한 고립감으로 몰아 닥쳤다

이 산 중에서 저 먼 도시의 병원까지

눈에다 불을 켠채 응급실로 뛰어 들었다

 

응급실 모두의 얼굴 속에 스멀 스멀 기어 다니는

세월 이라는 호기성 세균들... 

아내의 몸 속에 일정한 간격으로 뛰어드는 수액 방울들을 보다가

우리 푸르디 푸르렀던 시간들도 저렇게 방울 지어 어딘가로 옮겨졌겠거니

 

논 바닥 우렁이들은 그렇다지

제 살 속에 알을 담아

그 알이 깨고 나면 제 어미 속살을 다 파 먹고 자라서

빈껍데기 엄마가 물 위로 떠오르면

 

"우리 엄마 승천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