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오래된 연적(硯滴)

햇꿈둥지 2018. 10. 28. 19:04




#.

7남매가 있었다


#.

그 중

넷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독한 것들 셋만 남아서

이를 기념 하고자 잠시 뭉쳤다


#.

일찌감치 먼 바다 건너 나라로 날아가버린

팔순의 누이는

"이제 이번 보면 끝이지"를 염불처럼 되풀이 했으나


#.

내 진단과 판단으로는

또 또 또...만나게 될 것이므로

우리 모두 힘을 내자고

장어집 물건이 거덜날 만큼 먹고 또 먹어댔다.


#.

그 밤

형님댁 진열장 구석에서

사진 속 연적을 만났다


#.

아버지 생전에 쓰셨던 물건 이었고

초등학교 5학년 시절쯤 딱 한번 먹을 갈아 드렸었다.


#.

누깔사탕 하나로 유인된 자발적 노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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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품에 안고 산속으로 돌아 오던 날

바람 불고 비가 왔지만

아주 오랫만에 가슴 설레이고 따듯했다.


#.

평생을 교단에 계셨던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이 생긴 것,


#.

날 밝으면

공손하게 먹갈아 글 한줄 써야겠다.


#.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키우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