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여전하다

햇꿈둥지 2010. 8. 22. 21:29

 

 

 

 

 

 

뙤약볕 온 몸으로 뒤집어 써가며 

밭을 갈아서

갓이며 알타리 씨앗을 뿌렸고

한밤중 야식거리를 탐내는 고라니를 실망 시키기 위해

밭 가장자리 둘러 비닐망 펜스를 설치했고

붉게 익은 고추를 땄고

고추를 따는 동안

햇살보다 치렁하고 맑은 얼굴의 아내가

'할만하냐?"고 묻는 말에

속으로만 대답 하기를

땡삐 굴에 좆을 박고 있는게 낫겠다고 생각 했으며

 

온몸에 땀이 줄줄 흘러 내려서

 

잠시

뜰 밑 샘물을 뒤집어 쓴 뒤 

다시

아내의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아 주는 수훈을 세우기도 했으며

관리기를 손질해서 윗밭 고운 흙살을 뒤집었으며

모처럼 시내에서 찾아 온 부랄 친구놈과 점심을 먹었으며

땀과 쐬주에 절은 낮잠을 잤으며

배추 묘종이 죽은 자리마다 무우 씨앗을 넣었으며

이장 마누라가 건네 준 고갱이 노오란 배추를 소금에 절였으며

그 틈새

이젠 가족이 되어 버린 도둑고양이 두마리는

마당가 샘물 옆에서

폴짝

팔딱

고추잠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그러다가 

휘영청  뽀오얀 얼굴로 달이 떴으므로

풀벌레들은 일제히 가을을 기다리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며

뜰 아래

빤스 바람으로 나앉아 담배 한꼬바리 빨다가

 

이 산속 누구든지

그저

여전할 뿐,

나 처럼

오천원짜리 로또 하나 사 들고

인생 역전 따위에 목숨 거는 일 없이

여전 하구나

 

역전을 꿈 꾸는 일 없이

여전한 산 속

 

그들과 함께

나 또한 역전 되는 것 하나 없는

여전한 하루를 보냈다는 것,